부재중 전화도 스토킹일까…대법 “스토킹 맞아” 첫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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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5월 29일 0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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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받지 않은 전화도 스토킹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하급십 판단이 엇갈리는 가운데 스토킹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10월 피해자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차단한 사실을 알고 타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후에도 수십차례 전화를 걸어 피해자가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끼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2심에서도 형량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일부 공소사실이 무죄로 뒤집혔는데, 피해자가 받지 않았던 18통의 전화도 스토킹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소심은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더라도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해자에게 ‘음향’을 보냈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표시된 ‘부재중 전화’ 문구는 전화기 자체의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해 피고인이 보낸 ‘글’이나 ‘부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스토킹처벌법은 우편·전화·팩스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규정한다. 스토킹범죄를 저지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수십차례 전화를 건 것을 벨소리와 같은 ‘음향’, 발신번호 표시나 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 등 ‘글’을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도달하게 한 것으로 평가했다.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통화가 이뤄졌는지와 상관없이 스토킹처벌법이 정한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최초로 설시하면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전화를 거는 경우 피해자에게 유발되는 불안감 또는 공포심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고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스토킹은 시간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각해져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반복적으로 전화를 시도하는 행위로부터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할 필요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토킹에서 배제하는 것은 우연한 사정에 의해 처벌 여부가 좌우되도록 하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해 부당하다”며 “피해자가 전화를 받아야만 불안감이 생긴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스토킹이 반복돼 공포심이 증폭된 피해자일수록 전화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로서는 적어도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더라도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벨소리나 진동음이 울리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고, 그러한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는 의사도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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