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지 않는 상대방에게 수십 차례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기록을 남긴 것도 스토킹 행위에 포함된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이달 18일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연인 관계였던 피해자와 돈 문제로 다툰 뒤 휴대전화 번호가 차단당하자 다른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메시지를 9차례 보내고 부재중 전화를 28차례 거는 등 총 29차례 전화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 씨의 반복된 문자와 전화를 모두 스토킹으로 판단했지만 2심은 부재중 전화는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음향 등을 도달하게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2심 재판부는 ‘전화기 벨소리’의 경우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유발하는 음향’으로 보기 어렵다는 2005년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은 음향, 글 등을 ‘도달’하게 하는 것 자체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음향이나 글의 내용이 꼭 피해자에게 불안이나 공포를 유발하는 것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스토킹 피해자일수록 전화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부재중 전화를 스토킹 행위에서 배제하는 건 우연한 사정에 의해 처벌 여부가 좌우되도록 하는 것이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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