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 10명 중 8명은 자녀를 ‘경제적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조사에 참여한 주요 15개 도시 중 1위였다. 반면 자녀가 ‘인생의 기쁨’이라는 응답은 68.1%에 그쳤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와 한국 리서치가 지난해 말 ‘아시아인의 가족과 행복’이란 주제로 서울·뉴욕·베이징 등 대도시 15곳에 거주하는 만 18~59세 시민 1만500명을 조사한 결과, 서울 시민의 81%가 ‘자녀는 경제적 부담’이라고 답했다.
이는 조사에 참여한 전 세계 주요 도시 15곳 중 1위로, 2위인 리야드(사우디 아라비아·66.3%)보다 약 15% 높았다.
특히 한국을 제외한 14개국은 ‘자녀는 부담’이란 질문에 60%대 이하의 응답률을 기록했고, 자카르타(인도네시아)는 24.4%에 그쳤다.
반면 ‘자녀는 인생의 기쁨’이라는 질문에 서울 시민 68.1%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15개 주요 도시 중 13위로, 꼴찌는 도쿄(일본·60.1%)다. 반면 앙카라(튀르키예)와 하노이(베트남)는 93%가 ‘그렇다’고 답했다.
연구소는 한국 부모에게 자녀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작용해 이 같은 설문 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통계청이 발간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원으로 전년 23조4000억원 대비 10.8% 증가했다.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전년보다 11.8% 늘었다.
‘주관적 계층에 따른 자녀에 대한 경제적 부담 차이’에 대한 응답률을 보면, 서울의 경우 하층이 83.2%로 15개 도시 중 1위였다. 반면 서울과 예루살렘(이스라엘)을 제외한 13개 도시는 하층보다 상층이 더 큰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허정원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서울시민들은 타 도시 시민들과 비교해, 자녀가 인생의 기쁨이라는 응답이 가장 낮은 반면, 경제적 부담과 자녀로 인한 경력 단절 위험을 가장 크게 인식했다”며 “한국은 전 계층이 사교육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인이 된 자녀가 노후에 보탬이 된다’는 질문에 대해선 서울 시민 35.4%만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15개 도시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반면 뉴델리·리야드·뉴욕·런던 등 9개 주요 도시에선 시민 70~80%가 ‘성인 자녀는 보탬이 된다’고 답했다.
또 ‘자녀로 인해 부모의 자유가 제약된다’, ‘자녀가 있으면 부모 중 하나는 커리어의 기회가 제약된다’는 응답률도 각각 80%를 넘어, 15개 주요 도시 중 1위에 해당했다.
이 같은 자녀에 대한 경제적 인식, 사회적 분위기 등이 실제 출산율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UN 세계 인구 전망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8명으로, OECD 주요국 중 최하위권에 속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이면 ‘저출산 국가’로, 1.3명 미만이면 ‘초저출산 국가’로 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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