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프론티어 10-10’ 사업 추진
윤주영 김안나 교수와 3자 대담
“학과 학제 넘는 유연한 연구 가능”
이화여대는 31일 137주년 창립기념식을 개최했다. 이날은 17대 총장인 김은미 이화여대 총장이 취임한 지 2년이 된 날이기도 하다.
김 총장은 취임 당시 ‘이화 Vision 2030+’를 선포한 뒤 ‘지속 가능 사회를 선도하는 창의·혁신 플랫폼’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핵심 과제로는 ‘이화 프론티어 10-10’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취임 3년 차를 맞은 김 총장을 화학나노과학전공 윤주영 교수, 교육학과 김안나 교수와 함께 만나 이화여대의 이화 프론티어 10-10 사업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 봤다.
―2년 전 이화 프론티어 10-10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상황은? “대학의 궁극적인 역할은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화여대가 지난 137년간 글로벌 여성 인재 양성 역할을 한 데에는 성별 제약이 없는 교육과 연구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프론티어 10-10 사업은 미래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고 이화의 혁신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연구 선도 분야 10개, 미래 유망 연구 도전 분야 10개 등 총 20개 사업단을 선정해 2025년까지 집중 지원 및 육성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선도 분야 6개, 도전 분야 7개 등 총 13개 사업단이 사업을 시작했다.” (김은미 총장‧이하 김 총장)
―해당 사업에 교육학과 김안나 교수, 화학나노과학 윤주영 교수가 각각 선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각 사업단에 대해 소개해 달라. “디지털 사회의 미래교육 전문가 양성 사업단은 1기 도전 분야에 선정됐다. 디지털 사회의 교육혁신 역량을 갖춘 미래교육 전문가 양성을 비전으로 삼았다. 또 최고 수준의 교육 및 연구 시스템 혁신, 실제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실용적 연구 시스템 운영, 국제협력에 기반한 글로벌 교육 및 연구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대학원생들의 연구역량 강화와 빅데이터 기반 연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방법론 워크숍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고, 생성형 인공지능(AI) 교육평가 활용과 같은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첨단 분야의 해외학자 특강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다. 긍정심리학과 자기결정이론의 대가인 리처드 라이언 호주카톨릭대 교수를 초빙석좌교수로, 에밀리 런드 미국 앨러배마대 교수와 변수용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를 객원교수로 영입했다.” (김안나 교수‧이하 김 교수) “2기 선도분야에 화학-나노과학 전공의 ‘미래지속가능 분자설계 연구단’이 선정됐다. 우리 연구단은 화학 기반 에너지, 환경, 바이오 헬스 분자과학 및 소재 개발 연구팀으로 구성되었다. 다공성 물질인 금속-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문회리 교수를 이화 펠로우로 모시게 됐다. 또 지퀀 린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루크 리 하버드의대 교수, 후쿠즈미 슌이치 메이조대 교수 등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윤주영 교수‧이하 윤 교수)
―이화여대는 ‘연구 중심대학’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이미 한국의 상위 10개 주요 대학의 여학생 비율은 약 50%에 육박한다. 이화가 여성 교육을 위한 대학이라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아니며, 대학이 가진 목표인 연구에 집중하는 것이 이화여대가 해야 할 다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AI 분야의 연구에 있어 이화여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여성 진출은 여전히 적다. 디지털 리터러시에서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며, 인공지능 분야의 사회적 책무성과 규범, 규제, 특히 젠더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나, 아직 국내에서 크게 고려하지 않는 분야다. 이화는 AI의 전통적인 코어 분야뿐만 아니라 이러한 분야 연구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또, 이화는 학과나 학제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통한 연구가 가능한 곳이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의 경우 기술에 집중된 연구뿐만 아니라 이화여대의 강점인 인문, 사회, 예체능 등의 전공 보유를 토대로 인공지능 관련하여 젠더를 포함한 사회적 이슈까지 아우르는 연구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범대나 법학전문대학원 등과 연계하여 정책적인 연구까지 가능하다.” (김 총장)
“교육과 연구의 측면에서 이화의 역할은 각 분야 여성 전문가를 배출하고 여성의 관점이 배제되지 않는 연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최근 여자대학의 필요성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여러 분야에서 양성평등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여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에 여자대학이 남녀공학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많은 고등교육 연구로도 검증되고 있다.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학생 개개인을 잘 길러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화는 여성 교사와 교육 전문가를 양성하는 역할을 잘 해왔다고 자부한다. 교육환경이 복잡해지는 만큼 좋은 교육을 위한 대학 연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김 교수)
“이공계 측면에서 보면 이화가 ‘연구 중심 대학’을 강조하는 것은 우리나라 이공계 여성 과학자 배출과 맞닿아 있다. 한국의 이공계 여성 과학자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여성 연구자의 증가는 양적·질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관점의 연구를 가능하게 하므로 이공계 여성 연구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국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점도 이화여대만의 연구 역량으로 선도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챗봇 이루다의 사례를 보면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AI 알고리즘은 또 다른 사회 문제를 만들어 낸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젠더의 균형을 맞추고, 기술로 인해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하는 역할을 이화여대가 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윤 교수)
―4차 산업혁명 등 세계가 문명사적인 대전환 시대를 맞고 있다. 앞으로 대학이 나아가야 할 교육 및 연구 방향은? “학교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게 시스템을 신속히 구축하고, 학생들의 교육과 교수들의 연구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서포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다양한 변화 속에 교수자와 학습자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최근 세계의 변화를 보면서, 이화의 연구와 교육과 세계적 리더십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과 팬데믹을 겪으면서 디지털 리터러시에서 젠더갭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문제, STEM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가 더욱 둔화하고, 그게 여성의 경제 참여 등 복합적인 여성 취약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화의 역할은 연구에서도 젠더적 관점이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연구자의 관점, 표본 집단의 구성 등 연구에서도 많은 부분 젠더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 연구 분야에서도 균형 잡힌 관점, 젠더 감수성을 고려하는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앞으로 이화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 총장)
“한계 없이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대학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전공을 넘어 학제간 융합연구를 유도해 보다 큰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신속한 결과물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긴 호흡의 연구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대학 연구의 또 다른 역할일 것이다. 이화여대가 창의 연구 생태계를 조성해 기초 연구 분야에서의 중요한 역할뿐만 아니라, 응용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윤 교수)
이화여대는 1886년 시작해 올해 137주년을 맞았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이화여대는 앞으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 생태계를 구성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최고 수준의 연구력을 보유한 대학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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