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 저하로 한국인의 우울증 유병률이 10년 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루 5시간 미만 또는 9시간 이상의 수면은 우울증 위험을 높여 적정한 수면(7~8시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팀(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윤지은 교수)이 10년 간 한국 성인의 수면특성 변화와 우울증과의 관련성을 확인한 연구에서 2009년에 비해 2018년 우울증 유병률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5시간 미만 수면할 경우 7~8시간 수면한 사람보다 우울증 발병 위험이 최대 3.7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수면은 맥박과 호흡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을 제외한 모든 신체활동이 휴면에 들어간 상태를 의미한다. 부족한 수면은 신체·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특히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심혈관 질환, 대사 질환, 뇌졸중, 치매, 우울증, 불안증 등 여러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윤 교수팀은 우울증과 수면시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대상은 2009년(2836명)과 2018년(2658명)에 무작위로 추출된 19세 이상 성인으로 ▲기상 시간 ▲취침시간 ▲총 수면 시간 ▲주관적인 잠 부족 경험 ▲수면의 질 ▲우울증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2018년의 우울증 유병률은 8.4%로 2009년(4.6%)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평균 수면시간은 19분 감소하는 등 불충분한 수면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의 비율이 30.4%에서 44.3%로 증가했다. 수면에 도달하는 시간을 의미하는 수면잠복기는 평일 8분, 주말 7분 증가하는 등 평일, 주말 모두 수면 효율성이 떨어졌다. 5점 초과 시 잠재적인 수면 부족을 의미하는 피츠버그 수면 질 지수(PSQI)도 3.6에서 3.8로 증가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 한국인 대상 수면 특성 변화 연구로, 수면지속시간과 우울증의 연관성을 밝혔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특히, 2009년과 2018년 모두 7~8시간 수면을 취한 사람의 우울증 유병률이 가장 낮았다. 5시간 미만 수면을 취한 사람은 적정 수면시간을 취한 사람보다 3.08~3.74배, 9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면 우울증 유병률이 1.32~2.53배 높아 적정 수면시간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윤창호 교수는 “부족한 수면시간과 낮은 수면의 질은 우울증 외에도 뇌졸중,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5시간 미만 또는 9시간 이상의 수면은 우울증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에 적정한 수면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지은 교수는 “평균 수면시간, 수면의 질 등 대부분 지표가 10년 전보다 나빠졌다”면서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수면 행동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신경과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클리니컬 뉴롤로지(Journal of Clinical Neurology)’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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