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시에 전쟁을 준비하듯, 앞으로 새로 등장할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 정부가 ‘보건 안보’를 지킬 방법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장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차를 타고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처음 제안한 장본인이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사는 의심환자의 검사 대기시간을 줄여 빠른 검사가 가능할뿐만 아니라 의료진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 위험을 낮춘다는 이점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진단 검사키트와 신약 개발 과정에도 참여한 김 과장은 “의사로서 평생에 한 번도 겪지 못할 일을 3년만에 모두 겪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극복의 동력을 “백신이 개발되기 전이라 잘 버티는 일이 중요했는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다시 찾아왔을 때 병상 등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환자 진료 및 치료를 민간병원에만 의존했는데 평소에 공공병상 확보 등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고비마다 방역·의료의 최전선에서 힘쓴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다음 달 1일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는 사실상의 ‘엔데믹’을 앞두고 다음에 닥칠 ‘팬데믹’ 준비의 중요성부터 강조했다.
이성구 전 대구의사회장은 2020년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했을 때, 동료 의사 5700여 명에게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흡사 의병(義兵)을 모집하는 심정으로 의사가 부족했던 대구 병원에 자원해 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들,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 병원으로 와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긴 호소문으로 전국 의료진의 대구행을 이끌어냈다. 이 회장은 “평소의 의료체계나 인력운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라 지역의료계 책임자의 한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워낙 다급한 상황이다 보니 의사들이 본질적인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기꺼이 달려와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국민과 정부, 의료진 모두 각자 최선을 다했기에 오늘이 왔다”며 “우리 모두의 노력과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방역당국과 의료인의 역량이 크게 증가됐는데 이를 활용해 다음 대유행을 준비해여 한다”고 강조했다.
방역 인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역학조사관이다. 역학조사란 감염병의 발생 원인과 특성 등을 밝히는 일로, 방역 당국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역학조사관들이 현장에서 뛰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7번째로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 전문 과정을 수료한 베테랑이자 ‘경북 1호 역학조사관’인 임민아 경북도청 역학조사관도 그 중 한명이다.
그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시기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았다”고 표현했다. 한참 바쁠 때는 아침과 점심, 저녁, 야식 모두를 책상에서 먹어야 했을 정도로 바빴다.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 초등학생 두 딸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이 시기를 지난 지금, 임 조사관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얻는 교훈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첫 1판부터 가장 최신인 13-3판까지 분석해 경북 지역 보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의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되짚어보는 강의를 하는 것이다.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해 한국이 의료기관 내에서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줄일 수 있었던 방법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임 조사관은 “방역당국이 국민들에게 예방접종, 사회적 거리두기 등 참 많은 요구를 했는데 모두 성실히 이행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며 “그 과정에서 자영업자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하루빨리 그분들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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