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짖는 소리가 법령상 층간소음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주민에게 지속적인 피해를 준다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광주지법 민사24단독(부장판사 박현)은 A 씨가 같은 아파트 아래층 주민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위자료 300만 원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 씨는 지난해 3월 말 광주 동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후 두 달이 넘게 아래층의 개 짖는 소리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장애로 거동이 불편해 주로 집에서 생활한 A 씨는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다.
B 씨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임시 보호 중인 유기견이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후에도 개들이 매일 5시간 이상 짖자, A 씨는 B 씨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몸이 불편해 누워있을 수밖에 없으니, 추가 조치를 해달라”고 항의했다.
B 씨는 “반려견과 정이 들어 다른 곳에 보내기는 어렵고 개 훈련사 상담, 성대 수술, 출근 시 동반 외출 등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스트레스와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지난해 6월 초 파출소와 경찰 112 상황실에도 신고했으나 개 소음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도 문의했으나 개는 물건에 해당해 조정 및 소음 측정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소음·진동관리법상 소음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를 말한다.
A 씨는 집을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자, B 씨에게 성대 수술 등 소음 저감 조치를 지속해서 요구했고 B 씨는 방음 케이지를 설치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개 짖는 소리가 비록 환경부령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소음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소리가 매일 반복된다면 듣는 사람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는 타인에 대한 불법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아파트 소음은 옆집보다는 위·아랫집이 더 잘 들린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는 속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소송 제기 이후로도 피고가 개 관리를 잘 못해 원고에게 피해를 준다면 원고는 다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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