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경계경보 재난문자 오발령 사태로 해외 정상을 초청한 정부 행사도 파행을 빚었다. 한국어와 행정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도 불안감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31일 제1차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5개국 정상 부부 등을 초청해 진행하려던 한국 안과 의료 서비스 체험 행사를 축소해서 진행했다. 당초 바누아투,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솔로몬제도 총리 부부, 투발루 총리, 사모아 환경장관 등이 서울 소재 안과 3곳에서 시력 검사, 망막질환 검사 등 안과 의료 서비스를 체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전 경계경보 재난 문자 오발령에 당황한 정상들이 불참을 통보하는 바람에 행사가 취소될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3개국 4명만 예정대로 참여하기로 하면서 행사가 축소돼 진행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장거리 이동에 피로감을 느낀 참석 예정자들이 일정을 변경했다고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 커뮤니티에서도 혼란이 빚어졌다. 대학원을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장모 씨(25)는 “전시 상황인 줄 알고 항공편을 알아봤다”며 “얼마 있지 않아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지금도 아침을 생각하면 손이 떨릴 정도”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외국인들의 혼란상을 전하는 다수의 글이 올라왔다. 외국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는 A 씨는 이날 트위터에 “휴대전화가 안 터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남편과 재난 가방을 싸서 나왔다”며 “대피소로 가는 길에 통신이 재개됐는데 한국어를 못 하는 남편 친구들에게서 계속 전화가 오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고시원에 산다는 B 씨는 “같은 고시원에 사는 사람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데 재난 문자가 울리고 나서 외국인들이 잔뜩 복도에 나와서 우왕좌왕했다”며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한 외국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북한 때문에 당황스럽고 짜증 나는 일을 겪고 있다”며 서울시로부터 받은 재난 문자를 올렸다. 특히 그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재난 문자에는 경보 발생 시각이 ‘오후’ 6시 32분(6:32 p.m.)으로 표기돼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오전, 오후도 틀리게 작성한 재난 문자를 발송한 것이냐”는 불만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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