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도심에서 목재를 갉아 먹는 외래 흰개미가 발견돼 관계당국이 비상에 걸린 가운데 국가지정 목조 문화재의 흰개미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상헌 의원(울산 북구)이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흰개미 피해로 방제를 시행한 국가지정 목조 문화재는 조사 대상 78건 중 17건, 피해율은 21.8%에 달했다.
최근 5년간 피해를 본 문화재는 전체 조사 대상 369건 중 71건(19.2%)에 이른다. 목조 문화재 다섯 건 중 한 건 꼴로 흰개미가 출몰한 셈이다.
흰개미는 나무로 만든 목조 건축물 속을 갉아먹어 ‘목재문화재 저승사자’라고도 불린다. 땅속과 목재 내부로 이동하기 때문에 탐지가 쉽지 않아 상시 거주자도 피해 상황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전문 조사기관에 의해서만 피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흰개미로 인한 피해가 커진 가장 큰 이유는 기후 변화이다. 그간 한국의 기후는 겨울철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 건조하고 바람이 심한 탓에 흰개미가 번식하기 적당치 않았다.
그러나 한반도 평균 기온이 약 100년간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2배 수준인 1.8로 상승하면서 흰개미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했다.
난방방식 변화, 장판이나 벽지 도배 등 거주환경 변화 또한 흰개미 분포 증가의 주요인이다.
아울러 산림지역 내 문화재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화재저지선으로 구축한 문화재 주변의 그루터기가 흰개미 서식처로 활용되면서 문화재 내 흰개미 피해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 질 전망이다.
흰개미는 주변 건물까지 삽시간에 확산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적기 방제가 중요하다. 현재 방충사업은 현행법상 문화재 수리에 해당해 현장에서 즉시 조치가 어렵고 사업 시행 전 설계 및 시공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당해연도 즉시 예산 집행이 가능하도록 긴급보수사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헌 의원은 “기후 상승 등 환경 변화로 문화재 내 흰개미 유입이 증가했고 얼마 전 하루아침에 목조 건물을 붕괴시킨다는 외래 흰개미까지 발견되면서 문화재 보존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흰개미 피해 확인 즉시 예산집행이 가능하도록 긴급보수사업 지원을 확대해 귀중한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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