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감독 롭 마셜)가 지난달 24일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그동안 인어공주 에리얼 역의 핼리 베일리(사진)를 둘러싸고 시끄러웠는데요. 여전히 이 영화의 흥행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섞여 있습니다.
베일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가수이자 배우입니다. 세 살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했고, 2011년에 언니 클로이 베일리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이후 자매의 이름을 딴 듀오 그룹인 ‘클로이와 핼리’로 데뷔했는데요. 이번에 영화 인어공주의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명실상부하게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영화 개봉 전부터 베일리의 인어공주 역에 대한 반발이 컸습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1989년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한 이후 지금까지 주인공 에리얼은 푸른 눈과 흰 피부를 가진 백인 이미지였다는 걸 주된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흑인 인어공주가 ‘어릴 적 꿈을 망가뜨렸다’는 거지요. 이 때문인지 작년에 디즈니사가 인어공주 예고편을 공개하자 주인공 베일리에 대한 찬성과 반대로 댓글창이 온통 싸움판이 됐다고 합니다. 공개 이틀 만에 ‘싫어요’ 공감 표시는 무려 100만 개가 넘었고요.
1923년 창립된 월트디즈니는 백설공주, 라이온 킹, 미키마우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면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인어공주는 가장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디즈니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같이 높아졌습니다. 인종이나 언어, 민족이나 종교 혹은 성별 등에서 세상의 편견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때문인지 디즈니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고민과 이에 대한 방향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이번 인어공주 역을 베일리에게 맡긴 건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디즈니의 이번 선택도 거부감과 환호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과도하게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다가 재미와 명분 모두 잃고 있다는 비판과 흑인 인어공주를 반기는 환호성이 같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라틴·아프리카계 소녀들이 베일리의 등장을 기뻐하는 모습을 보도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서아프리카 지역과 남미 카리브해의 구전 설화를 들고 나와 안데르센이나 디즈니의 인어공주가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검은 인어는 존재했다고 짚었습니다.
아쉽게도 개봉 초기인 현재 ‘인어공주’의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나 봅니다. 일부의 우려대로 기존의 통념을 깬 ‘흑인 인어공주’의 등장 때문인지, 작품의 완성도에 대한 실망 때문인지 아직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새로운 변화는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가 흑인 인어공주를 불편해하는 게 오로지 ‘낯설기 때문’이라면 거부하기보다 수용하려는 노력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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