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만취 상태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이른바 ‘주폭’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 달라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건의했다. 방역지침 완화 이후 주취자 신고가 다시 늘면서 일선 경찰들이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무집행방해 양형기준 개선 관련 경찰청 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했다.
경찰은 먼저 공무집행 중인 경찰을 때리거나 방해한 혐의가 인정돼 실형을 선고할 경우 징역 3개월 이상∼10개월 이하로 처벌해달라고 건의했다. 지금은 징역 1개월 이상∼8개월 이하의 범위가 적용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음주범죄에 관대한 사회’ 시리즈를 통해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경우 1심에서 실형을 받는 경우는 18%에 그치고 대부분은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또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심신 미약으로 감형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음주 등을 형량 가중 요소로 추가해달라고 건의했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감경 요소에서 제외하고 그 대신 ‘상습범’ 및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만취 상태’ 항목을 가중 요소로 신설해달라는 것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되는 인원 10명 중 7명은 만취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무집행방해 대상자의 90% 이상이 경찰이다. 경찰 관계자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일선 경찰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고, 주취자 대응에 시간을 빼앗겨 다른 강력사건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한다”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건의를 잘 반영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법원이 공무집행방해죄 처벌을 강화할 경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의 불법 집회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전날 민노총 서울 도심 집회에서 노조원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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