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사망 되풀이…경증 환자 뺀다고 해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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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2일 0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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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 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 협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5.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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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다가 숨지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필수 의료 붕괴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지배적인데,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5월 30일 새벽 경기 용인시에서 후진하던 자동차에 치인 70대 남성이 구급차 안에서 숨졌다. 사고 접수 10분 만에 구급대원이 그를 구조해 인근 대형병원 12곳에 수용 여부를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

지난 3월에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여성이 구급차 안에서 병원을 찾다가 숨졌다. 당시 병원들은 병상이나 의료진이 없다며 다른 병원 방문을 권했고, 2시간 넘게 응급실을 찾다 생을 마감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들에 보조금 지급 중단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런 일이 되풀이된 데 대해 전문가들은 응급의료 체계는 물론 국내 의료체계가 균형을 이루지 못해 벌어진다고 봤다.

우선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사건의 원인으로 ‘의료자원 부족’을 꼽았다. 경증 환자가 응급실에 오며 의료인력과 병상이 부족해졌고 전공의 지원이 저조해, 만성적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는 취지다.

의사회는 정부가 처벌만 주고 개선책은 내놓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했다. 응급의료진들을 희생양 삼는다고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사회는 “의료진 이탈이 가속화돼 응급의료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해 경증 환자 119 이송금지 및 상급병원 경증 환자 이용금지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40곳인 권역응급의료센터를 50~60곳의 중증 응급의료센터로 확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증-중등증-경증 응급의료기관을 구분하고 환자가 중증도에 맞는 응급의료기관을 이용하도록 개편하겠다고도 했다. 이로써 중증 응급환자가 전국 어디서나 1시간 내 치료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도 유사한 일이 계속되자 당정은 지난달 31일 협의회에서 지역 응급의료 상황실을 세워 지역 내 병원 현황을 즉각 파악하고 경증환자는 상급병원 응급실 이용을 금지하는 정책도 만들기로 했다.

의사회 의견이 일부 반영된 셈인데, 전문가들은 방향성에 동의하면서도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평수 전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의료산업학과 교수는 “분절된 이송 진료 체계는 시스템 개편으로 풀어야 할 테고 복지부는 병원에 중환자 병상을 비워놓도록 요구하면서 그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도 병실도 없는 문제에, 무조건 환자를 받으라고 강요할 수 없는 데다 중환자를 안 받을 수록 이득인 현재 보건의료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당정 발표를 보면 상황실에서 지휘하겠다곤 했는데 현실적 한계도 있을 것”이라면서 구급차가 가장 가까운 응급실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병원 운영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응급환자가 넘쳐나면 환자를 보내지 말라는 선언을 미리 하게 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받아 우선 살려놓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비응급환자에게 먼저 의사와 병실을 내주고 남는 자원으로 응급환자를 보겠다는 고질병을 고칠 때가 됐다”며 “왜곡된 체계를 손보지 않으면 땜질식 처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의료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편 협의체를 구축해 올해 하반기까지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 완성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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