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단체장 지지도 1위 김영록 전남지사…정치력 시험대에 올랐다 [디지털 동서남북]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일 14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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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해 7월 민선 8기 출범 이후 10개월 연속 직무수행 지지도 선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최근 발표한 ‘4월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 김영록 지사에 대한 ‘잘한다’는 긍정 평가는 63.7%로,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가장 높았다. 민선 7기에서도 그의 인기는 다른 단체장들을 압도했다.

그렇게 잘 나가던 김 지사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광주·전남 최대 현안인 광주 군(軍)·민간공항 이전문제가 그의 리더쉽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광주 군공항 이전문제는 그동안 지역에서는 뜨거운 감자였다. 2005년 처음으로 이전문제가 거론된 이후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지역 간 갈등만 키웠다. 광주·전남의 공동이익을 위한 정치지도자들의 담대한 구상과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었지만 그 누구도 총대를 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광주시장이 5명, 전남지사는 3명이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광주 군공항 이전사업은 ‘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다’는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4월 제정되면서 광주에 군공항이 생긴 1964년 이후 59년 만에 비로소 이전사업이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광주시 제공.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4월 제정되면서 광주에 군공항이 생긴 1964년 이후 59년 만에 비로소 이전사업이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 광주시 제공.

우여곡절 끝에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이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됐다.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은 기존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달리 기부 대 양여(대체시설을 기부한 자에게 용도 폐지된 재산을 양여해 국가 소유 시설을 이전하는 사업 방식)를 통한 이전 및 지원 사업비 정산 결과 재원이 부족할 경우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마디로 기부 대 양여 차액분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다.

광주에 군공항이 생긴 1964년 이후 59년 만에 비로소 이전사업이 법적 근거를 갖게 되면서 이제 공은 군공항을 떠안게 될 전남으로 넘어왔다.

급기야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달 15일 큰절까지 올리면서 무안군이 광주 군공항과 민간공항(국내선) 이전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 지사는 이날 발표한 ‘무안공항 활성화와 서남권 발전을 위해 도민께 드리는 담화문’을 통해 “무안군민의 희생만을 강요하지 않겠다”며 “이전지역 피해를 충분히 상쇄할 획기적 지원대책 마련에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달 1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광주 민간·군공항의 무안공항 동시 이전의 절박함을 큰절로 호소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김영록 전남지사가 지난달 15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광주 민간·군공항의 무안공항 동시 이전의 절박함을 큰절로 호소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무안공항은 2007년 11월 국제공항이라는 이름으로 개항했지만 서남권 거점공항으로서의 위상을 다지지 못했다. 국내선이 많이 뜨지 못하면서 공항 활성화는커녕, 적자 공항이라는 오명을 썼다. 최근 6년 간 누적 적자만 930억 원에 달했다. 인근 청주국제공항의 지난해 이용객 317만 명 중 99%가, 김해국제공항을 이용한 지난해 이용객 1002만 명의 88%가 국내선 고객인 점을 감안하면 민간공항 이전이 무안공항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김 지사의 판단이다.

김 지사는 지난달 24일 무안공항에서 열린 하이에어항공 국제선 취항식에서 “어떤 경우에도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공항 통합이 조속하게 이뤄져야 하고, 이 부분은 포기할 수 없다”면서 “광주 민간공항과 함께 군공항도 무안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무안군민과 전남도민들이 숙고해 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하지만 무안 군민의 반응은 냉랭하다. 무엇보다 재선의 김산 군수가 앞장 서 반대하고 있다. 김 군수는 ‘무안군민의 뜻’이라며 사실상 관련된 모든 논의를 거부한 채 ‘광주 군공항 무안 이전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2일부터 전남도청 앞에서 천막 농성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천막 농성에 참가한 군민들은 “군공항 이전을 원하지 않는 군민이 대다수인데 결정권도 없는 도지사가 무슨 권한으로 군 공항 이전을 강요하는냐”며 “본인의 고향인 완도로 가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7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무안군 각 읍면 주민들은 돌아가며 ‘광주 군 공항 무안군 이전 결사 반대’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 제공.

김 지사는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무안군과의 대화 채널을 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남 22개 시군을 돌며 도민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도민과의 대화’ 자리를 갖고 있지만 무안군과의 일정 잡기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무안국제공항서 열린 하이에어 국제선 취항식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와 김산 무안군수가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었지만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무안군 제공
지난달 24일 무안국제공항서 열린 하이에어 국제선 취항식에서 김영록 전남지사와 김산 무안군수가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었지만 광주 군공항 이전과 관련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무안군 제공


이제 김 지사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이다. 현장 속으로 들어가 군민들을 만나 직접 설득해야 한다. 담화문이나 행사장에서 ‘메시지 정치’만 해서는 대 타협을 이뤄낼 수 없다. 필요하다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1박 2일 숙식을 하면서라도 무안 군민과 만나야 한다. 설령 격앙된 주민에게 계란을 맞더라도, 멱살을 잡히더라도 그들의 서운함을 들어주고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가 큰 정치를 꿈꾼다면 꼭 한번은 거쳐야 할 통과의례이자, ‘통 큰 리더쉽’의 주인공이 되는 길이다.
정승호 기자
정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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