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구급차 뺑뺑이 사망사건’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가 다시금 화두로 부상했다. 의료 전문가들은 물론 각계가 정부에 대책을 제안했는데 의견 차이는 커 실행되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우선 의사 인력은 늘어나야 한다는 데 대해 이견은 없는 모습이다.
◇의사 못 구해 진료 줄이는 어린이병원…연봉 10억에도 지원 없는 심장내과
2020년 9월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 외래진료일정 안내판에 환자의 권리와 의무가 게시되고 있다. 2020.9.7. 뉴스1
국내 첫 어린이전문병원인 소화병원은 진료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진료를 한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소화병원에 따르면 현재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5명, 내과 전문의는 1명이다. 기존에는 소아과 전문의가 6명이었는데 일반진료 담당 전문의 3명 중 1명이 퇴사하며 진료 인력이 줄었다.
이 병원은 야간·휴일에도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기도 했다. 이 병원 외에도 전국 38개 달빛어린이병원은 경영난이나 인력 부족 등으로 운영 유지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충북 청주의 한 종합병원은 심장내과 의사에게 연봉 10억원을 주겠다는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응급실 의사 5명 중 3명이 관둬 응급실을 주 4회 단축 운영해 온 속초의료원은 연봉 4억원으로 4개월 만에 충원하기도 했다. 소아과는 물론 필수 의료 분야 전문의 부족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외국 의사 데려와 필수 의료에 활용하잔 의견도…“의사 확충 요구 커”
서울 용산구 소화아동병원에서 독감에 걸린 어린이 환자들과 가족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17.3.17. 뉴스1일반인은 대학병원 의사 수입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나 실제론 동네 의원들의 의사 수입이 더 많다고 한다. 병원 의사들은 업무 부담을 느끼고 응급의료 등 위험을 감수하지 못한 채 스펙을 쌓아 의원을 열곤 한다.
이런 상황을 두고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 과잉 공급과 무분별한 개원 허용은 과잉 경쟁과 의사 쏠림, 구인난을 심화시킨다. 지역별 병상 총량제와 개원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의료계는 “수가 인상만이 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응급수술과 소아 진료, 분만 등 필수 의료 분야 수가를 야간이나 공휴일에 최대 200%까지 인상해 주겠다는 대책을 낸 바 있다.
그러나 10억원에도 의사를 못 구하는 병원 사례를 볼 때 수가 인상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사 부족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의대 정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2006년부터 18년째 의대 정원은 3058명이다. 2021년 기준 한국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7명에도 크게 뒤처지는 꼴찌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022년 말 “2035년 전체 의사 수가 수요보다 2만7232명 부족해진다”고 봤다. 복지부도 대한의사협회와 의대 정원을 300~500명을 늘리는 방안을 2024년 4월까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인력 확충은 의사단체만의 현안이 아니라 사회가 풀어야 할 국민적 과제”라며 “각계가 참여한 보건 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논의와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대한민국 의료 붕괴를 막으려면 중장기적으로는 의사 배출을 늘려야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배출된 의사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의료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나쁜 제도를 고쳐 의사 분포를 개선하는데도 5~10년 걸린다”면서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PA를 합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들이 의사 일 30%를 대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외국 의사들을 국내로 데려와 필수 의료 등에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된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미국도 3분의 1을 외국 의사 인력으로 채운다. 의사인력 확충을 서두르든지 아니면 외국 의사 수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필수 의료 지원대책 및 소아 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마련해, 발표 이후에도 상황을 점검 중”이라며 2일 17개 시·도가 참여한 ‘필수의료지원 정부-지자체 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위한 회의를 가졌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자체별 추진 중인 사례를 공유하고,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