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일 때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진료가 지난 1일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공백없이 이어지게 됐다. 초진, 재진 구분 없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동일한 질환으로 대면진료 경험이 있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시범사업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진료 건수가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도 적응을 위한 3개월간의 계도기간이 부여됐지만 자세한 지침이 없어 플랫폼 업계는 물론 의료현장, 이용 환자 혼란이 가중된다는 우려가 잇따른다.
3일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업체들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따르면 시범사업 첫날인 지난 1일 플랫폼 방문자 수는 크게 줄지 않았으나 실제 진료사례는 줄었다. 재진일 때만 가능하니 이를 선별하는 데 시간이 걸려 비대면진료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었다.
원산협 관계자는 “방문자 수는 한시적으로 허용될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진료 건수는 절반가량 줄었다. 재진 여부를 확인하느라 시간이 지연되고 제휴 의원 의료진이 아예 진료 신청을 받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초진의 경우에도 환자가 증명하는 자료를 확인하고,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데 고충이 많다는 의견이 오고 있다”며 “기존에 비대면진료 이용 환자가 많았던 의원은 환자 ‘락인 효과’가 있어 환영할 수 있겠으나 아직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비대면진료는 섬·벽지 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같은 일부에게만 초진도 허용된다.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야간과 휴일에만 의학적 상담을 받는 초진을 이용할 수 있으나 약 처방을 받을 수는 없다. 약 배송 역시 섬·벽지 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만 허용된다.
그러나 시범사업 시행 2일 동안 대다수 플랫폼에서는 약 배송을 전면에 내세워 안내하고 있었다. 원산협은 시범사업안이 며칠 전에 발표된지라 당장 바꾸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시범사업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니 특정 질환이나 계층 이용을 공략했던 플랫폼의 경우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일부는 영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3개월 계도기간 운영 실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각 플랫폼의 미래도 가늠될 전망이다. 원산협은 시범사업 안정화와 이용 환자 불편 해소를 위해서라도 보건복지부가 자신들과 소통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산협은 지난 5월 30일 입장문을 내고 “초안 발표 2주 만에, 정식 시행 2일 전에 최종안을 발표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산업계를 포함하는 시범사업 협의체를 구성해 계도기간 내 제도를 개선해야 국민은 물론 참여 의료진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의사단체는 다른 이유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증상이 급변하는 소아 질환의 특징, 진단의 어려움을 고려할 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 대상 비대면진료 초진 허용은 안전성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주장이 떠오르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비대면진료의 성급한 추진보다 1차 의료기관 야간·휴일 대면진료 확대와 상시 안전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2·3차 의료기관 응급의료센터와 배후 입원진료 인프라 확충을 최우선 목표로 해 파격적인 재정 지원과 정책 개선을 통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총력을 다해달라”고 제안했다.
복지부와 대원칙은 합의했던 대한의사협회 역시 “휴일·야간에 국한하더라도 소아청소년의 비대면진료 상담을 허용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시범사업에는 의료인의 협조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계도기간 동안 의사협회와 상시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의료계의 합리적인 의견들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기자들에게 “소아청소년의 비대면진료 초진 예외적 허용은 의학적인 안전성과 국민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환자와 의료기관 등에 제도 적응을 돕고자 3개월 동안 계도기간을 운영하고 이 기간 단속과 제재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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