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독직폭행’ 소송 매년 늘고
경찰 “시비땐 내부감찰 받고 찍혀”
공무집행방해 ‘양형 상향’ 건의도
“저였어도 그냥 맞고 있었을 겁니다.”
지난달 말 한 남성 경찰관이 서울 노원구의 나이트클럽 앞에서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던 40대 여성에게 발길질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을 본 한 경찰은 “성추행 시비가 생기는 것보다 맞는 게 낫다”며 자신이 그 상황에 처했더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고 했다. 영상 속 여성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지만 경찰들 사이에선 “보나 마나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질 것”이란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경찰청은 최근 공무집행 중인 경찰을 때리거나 방해한 경우 징역 3개월 이상∼10개월 이하로 처벌해달라고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건의했다. 현재 징역 1개월 이상∼8개월 이하 기준을 높여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2년 전에도 건의했는데 무산됐다”며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찰의 현장 대응을 꼬투리 잡아 사후에 민원과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경찰을 폭행한 뒤 도주하다 차도로 뛰어드는 만취자를 제압하거나 현행범을 체포했는데 당사자들이 “폭행을 당했다”며 독직폭행 민원을 제기하는 식이다.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경우도 많다 보니 일부 남성 경찰은 여성 주취자 신고가 들어왔는데 여경이 없을 경우 손을 아예 안 댄다고 한다. 한 경찰은 “여성 주취자와의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려고 라텍스 장갑을 끼고 출동한 적도 있다”고 했다.
경찰이 공무집행 과정에서 민형사 소송에 휘말려 지원금 등을 신청한 건수는 2020년 116건, 2021년 156건, 2022건 175건 등으로 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별도 지원 없이 혼자 소송을 진행하는 이들까지 합하면 공무집행 과정에서 상대방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경찰은 훨씬 많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 내부 분위기도 문제다. 경찰청은 일선 경찰이 공무원책임보험에 가입한 경우 소송 비용을 일부(3000만 원 한도 내에서 연간 3회) 지원하고, 적극 행정이라고 판단될 경우 면책을 시켜 준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경찰 다수는 “상대가 공무집행을 방해했든 아니든 민원이나 소송을 제기하면 경찰 내부 감찰도 받아야 하고, 업무에서 배제돼 문제아처럼 찍힌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이 요청한 공무집행방해 처벌 강화는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을 위한 첫걸음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합법적 공권력 행사에 따른 책임을 국가가 대신 진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현장 경찰들이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경찰력 위축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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