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억 유산 가로채려 장애 동생 수면제 먹여 유기…‘살인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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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6월 5일 10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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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뉴스1
대법원. 뉴스1
수십억 원대 유산을 가로채기 위해 장애인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살인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확정받았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 씨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유기치사,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했다.

A 씨는 지난 2021년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B 씨에게 술과 수면제 등을 먹인 뒤 경기 구리 왕숙천 근처로 데려가 물에 빠트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범행 후 “동생이 영화관에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는다”고 실종 신고를 했다.

이후 B 씨는 강동대교 아래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검찰은 A 씨가 부모의 상속재산 34억여 원을 분할하는 문제를 두고 동생 후견인인 숙부로부터 소송을 당하자 재산을 모두 챙길 목적에 범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도 A 씨가 상속재산을 빼앗을 목적으로 계획적인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고 인정해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동생을 유기한 정황만으로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해자의 유일한 혈육으로서 치밀하게 유기를 계획했다는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현장 인근 동선에서 피고인이 주장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이것만으로 살인을 인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 데려갔다는 것만으로 살인범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적장애인으로 법률상 보호의무 있는 피해자에게 술과 수면제를 복용하게 하고 물에 빠질 수 있는 장소에 유기하고 보호하지 않아 사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피고인 역시 예견할 수 있었던 부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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