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4일까지 나흘간 열린 ‘울산공업축제’로 울산이 모처럼 들썩거렸다. 1일 장대비가 쏟아지는 태화강 둔치 개막식장에는 3만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공업탑 로터리에서 태화강 둔치까지 3km에 이어진 거리 퍼레이드에는 5만여 명이 참여했다. 4일 일산해수욕장에서 열린 폐막식 불꽃축제에는 15만여 명이 참여해 절정을 이뤘다.
울산시가 집계한 이번 축제의 연 참가 인원은 70여만 명. 애초 40만 명 안팎으로 예상했던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한마디로 ‘대박’ 난 축제였던 셈이다. 축제장을 둘러본 A 씨(61)는 “울산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 축제였다”고 말했다.
울산공업축제는 공업탑 준공에 맞춰 1967년 4월 20일 처음 열린 뒤 1988년까지 매년 6월 1일 열렸다. 하지만 ‘공업’이라는 명칭이 공해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일자 1989년부터 ‘시민대축제’로 명칭이 변경됐고, 1991년에는 ‘처용설화’의 발상지가 울산임에 착안해 ‘처용문화제’로 또다시 이름이 바뀌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취임 직후 “울산의 정체성은 공업이며,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었다”며 축제 명칭 변경 추진을 지시했다. 시민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51.5%가 ‘울산공업축제로의 환원’에 찬성해 이번에 35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김 시장이 ‘공업’에 방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또 있다.
국가와 울산경제를 빛낸 ‘위대한 기업인’의 흉상을 50m 안팎 크기로 내년까지 울산 관문에 건립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정상에 있는 4명의 미국 대통령 조각상처럼 기업인의 업적을 기리겠다는 것이다. 현대 정주영, 삼성 이병철, SK 최종현, 롯데 신격호 창업주 및 회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인 못지않게 근로자들도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이 사업은 누구를 배제하고 누구를 우상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울산에 대한 연고 의식을 되살려 기업 이탈을 막고, 재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1일 울산공업축제 출정식에서 “지난 60년, 울산은 대한민국의 굴뚝이었다. 굴뚝으로 가난을 물리쳤고 번영을 이루었으며, 미래로 가는 길을 열었다. 꿈의 도시 울산을 만들 굴뚝 대장정을 다시 시작한다”며 ‘굴뚝선언문’을 발표했다. 굴뚝은 1962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에 나온 이후 울산 기업체의 상징으로 불리고 있다.
자원 빈국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만든 건 ‘공업’이란 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공업을 더 육성시키려는 의미에서 공업축제 부활에 이어 기업인 흉상 건립도 추진하려는 것이다.
시민 의견 수렴과 사업비 250억 원이 시의회 심의를 통과해 ‘기업인 흉상 건립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명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국제 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조각가에게 맡겨 흉상 자체가 예술작품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하기 좋은 도시’에 더해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라는 이미지도 구축할 수 있다. 프랑스 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파리의 에펠탑도 처음에는 비난의 목소리가 컸지만, 지금은 프랑스를 넘어 세계적인 관광 상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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