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서울퀴어문화축제(퀴어축제)가 오는 7월1일 을지로에서 개최된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7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의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2023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간 퀴어축제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으로 진행한 2020년, 2021년을 제외하고 지난 2015년부터 항상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시 열린광장운영 시민운영위원회(시민위원회)가 같은 날 중복 신고된 기독교 단체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 개최를 허용하면서 퀴어축제의 서울광장 개최가 무산됐다.
이와 관련해 조직위는 지난 201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의미, 성격, 참가 인원,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아동·청소년에 한해 집회의 참가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거나 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결정을 한 시민위원회의 회의록은 혐오로 얼룩져 있다”며 “불허를 결정한 위원들은 퀴어문화축제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을 펼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 사실조차 모르는 편견에서 비롯된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광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조직위는 개최 장소를 을지로 2가 일대로 변경했다. 을지로 2가에서 시작해 명동, 서울광장, 종각 등을 거치는 도심 주요 도로 등으로 행진을 예고했다.
김가희 집행위원은 “경찰을 비롯한 협조단위들과의 여러 차례의 만남과 조율, 그리고 총 89시간 동안 세 곳의 경찰서에서 진행된 줄서기를 통해 최종적으로 을지로 2가 일대에 개최 장소를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일명 혐오세력의 맞불집회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15만명이 참여하는 상황과 혐오세력의 폭력이라는 위험요소를 고려해 오가는 동선이 확보돼 고립되지 않으며 경사가 없는 평평한 도로인 을지로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집행위원은 “도심이 아닌 공원이나 경기장 등에서 행사를 진행해도 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자긍심 행진의 의미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더 이상 절대 숨기지 않겠다는 것,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많이 지켜보는 곳에서 우리를 드러내겠다는 것이기에 서울광장을 비롯한 주요 도로를 행진하는 경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집행부의 개최 발표 이후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운영위원장, 박상훈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신부 등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위한 혐오를 멈춰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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