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승강장. 50대 남성이 개찰구 비상벨을 눌러 승무원을 호출했다. 짧은 벨소리와 함께 비상문이 열리자 이 남성은 반대편 승강장 개찰구로 달려가 다시 비상벨을 누른 뒤 지하철에 탑승했다.
시청역 관계자는 “시간대별로 다르지만 평균 한 시간에 15∼20명은 잘못 내려 돌아가야 한다거나 반대편 개찰구로 잘못 들어왔다며 비상벨을 누르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시가 같은 역에서 반대 방향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10분간 무료 재탑승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다른 운영기관들은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먼저 시가 담당하는 1호선 청량리∼서울역 구간과 2∼9호선 일부 구간부터 무료 재탑승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 하루 4만 명 10분 내 재탑승
시에 따르면 올 3월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 같은 역에서 10분 내에 반대편 승강장으로 건너가거나 화장실 등을 이용하기 위해 나갔다가 같은 승강장에 돌아온 시민은 하루 평균 4만648명에 달했다. 5분 이내 재탑승한 사람은 2만7745명, 1분 내 재탑승을 하며 다시 요금을 낸 승객도 1만4523명이나 된다. 연간으로는 10분 내 재탑승으로 총 1500만 명이 약 180억 원을 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동아일보 기자가 이날 30분 동안 시청역과 2호선 을지로입구역 일대를 둘러본 결과 5명 이상이 ‘동일역 내 재탑승’을 시도했다. 개찰구 옆 비상벨을 누르면 무료로 다녀오거나 건너편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 방법을 몰랐던 중국인 관광객 두 명은 개찰구를 나온 뒤 다시 요금을 내고 반대편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여의도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박모 씨(27)는 “퇴근길에 졸다가 내릴 역을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직원분을 매번 호출하기도 미안해 일부러 두세 정거장 더 가서 양쪽 승강장이 붙어 있는 곳에 내린 적도 있다”며 “같은 역에서 짧은 시간 내에 재탑승하는 경우만이라도 요금을 다시 안 내게 해 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에는 관련 민원이 514건이나 접수됐다.
● 인천 등 “수입 감소” 반대 서울만 우선 도입
서울시는 올 3월 ‘창의 행정 1호’로 단시간 내 재탑승 시 추가 요금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10분 내 동일 역에서 재승차 시 ‘환승’으로 간주해 기본요금을 면제하겠다는 방안을 마련하고 경기도, 인천시, 코레일 등과 5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했다. 환승할인 등 수도권통합운송체계에 따라 요금체계 변경을 위해선 이들 기관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기관이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서울시에 ‘손실보전 확약서’를 요구하면서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일단 다음 달부터 1∼9호선 중 시가 관할하는 구간에 한해 ‘10분 내 무료 재탑승’을 허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정말 급해서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승강장을 헷갈렸다가 반대편으로 가려는 시민에게 돈을 받던 관행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다른 기관들과도 지속적으로 협의해 최대한 빠른 시기에 제도 적용 구간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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