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나 대학 재학 중 취업에 좌절해 졸업을 늦추는 ‘휴학생’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학 단계부터 실제 채용과 연계될 수 있는 양질의 일 경험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 15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매달 실시하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동아일보가 7일 분석했다. 그 결과 15∼29세 청년 비(非)경제활동인구 중 재학 상태에서 학교도 다니지 않고 취업, 직업훈련과 같은 활동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2020년 10만8300명, 2021년 11만800명, 2022년 11만750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29세 청년 인구가 891만1000명에서 856만7000명으로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증가 폭이다.
이들은 졸업 학점만 수료하고 졸업은 하지 않았거나 휴학한 상태에서 다른 활동도 하지 않고 있는 학생들이다. 다수는 구직이나 그 준비를 위해 학교를 쉬었다가, 취업 실패 등을 이유로 쉬는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강버들 컨설턴트는 “최근 휴학을 고민하거나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졸업을 유예하고 인턴십 자리를 찾는 학생들의 상담이 무척 많이 들어온다”며 “아무것도 없이 졸업하고 나면 취업이 더욱 어려울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휴학하고 졸업도 미루려는 듯하다”고 전했다.
실제 기자가 취재한 재학생 청년들은 모두 재학 단계에서부터 취업과 관련한 경력을 쌓거나 구직에 도전했지만 실패한 뒤 쉬었다고 답했다. 지방 국립대 졸업을 1년 앞두고 지난해 휴학한 성소연(가명·22) 씨는 “선배들의 입사 실패 소식들을 접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휴학하고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년가량 취업에 도전한 성 씨는 원하는 기업에 입사하지 못했고, 현재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은 채 별다른 활동 없이 쉬고 있다. 그는 “여러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넣어 봤지만 서류 전형에서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했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너무 힘들고 지쳤다”며 “지금은 그냥 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 법학과를 나온 김호승(가명·29) 씨도 졸업을 앞두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휴학한 경험이 있다. 김 씨는 “스물네 살까지 공부만 하면서 달려왔는데 막상 취업하려니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내게 어떤 일이 맞을지 알 수 없었다”며 “막막한 마음에 쉬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런 청년들을 위해 재학 단계 취업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포스코 등 주요 72개 기업과 함께 서울에서 ‘2023 미래내일 일 경험 사업’ 발대식을 열었다. 취업 준비 초기 단계의 학생부터 졸업 전후 학생까지 2만 명에게 다양한 유형의 일 경험 프로그램을 단계별로 지원할 예정이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 경험을 쉽게 찾고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데 모아 통합 공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 경험이 단순한 경험으로 끝날 게 아니라 채용과 연계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스펙이 되고 결국에는 취업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현재 다양한 일 경험의 질을 맞추고 자격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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