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갈등을 겪어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대통령 소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7일 선언했다. 정부의 노동 개혁, 노조 회계 투명화 추진으로 노정(勞政)이 대립하는 가운데 공식 대화 창구마저 닫혔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한국노총은 전남 광양지역지부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또 경사노위를 아예 ‘탈퇴’할지에 대해서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결정을 위임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에 하수인이 돼 한국노총을 공격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한국노총 출신이다. 이어 산하 노조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과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이 파면될 때까지 응징하겠다”고 했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건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1월 이후 약 7년 5개월 만이다. 당시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양대 지침을 추진하자 한국노총은 반대하며 노사정위원회(경사노위의 전신) 참여를 중단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이달 1일 노사정 간담회를 열기로 하는 등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경찰이 전남 광양 포스코 하청 노조 농성장에서 고공 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연맹 김준영 사무처장을 강경 진압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 중인 유일한 노동계 단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이후 20년 넘게 참여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한국노총은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대했고, 경사노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기 때문에 당장은 일부 의제별 위원회 활동만 중단된다.
하지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 정부의 노동개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부분의 과제가 첨예한 갈등 구조를 담고 있어 여론 수렴과 노사정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탈퇴’까지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그간 한국노총은 정부와 완전히 등을 돌린 민노총과 달리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며 ‘정책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누려 왔다. 7일 비공개 회의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탈퇴 대신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리고, 필요하면 위원장이 언제든 탈퇴를 결단할 수 있게 동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은 8일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포함한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연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탈퇴가 아닌 중단 결정은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며 “정부가 복귀 명분을 만들어주는 방식으로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당한 법 집행을 이유로 경사노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노총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했다. 경사노위는 7일 입장문을 통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한다는 말이 있다”며 한국노총의 복귀를 촉구했다. 일각에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교체해야 노정 간 대화를 회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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