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8일 “의협이 의사 수 증원을 위한 구체적인 원칙과 방안, 일정을 준비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달 중 의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과학적이고 근거에 기반한 의사인력 증원 논의를 추진해 나가겠다고도 했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서울 중구 소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연 제10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우선 그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응급의료시스템의 혁신과 함께 의사 인력의 확대가 뒤따라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 최저 수준”이라고 운을 뗐다.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령화와 이에 따라 늘어나는 의료 수요를 고려해볼 때 의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해법은 모두가 안다. 의료전달체계를 개혁하고, 전문의 중심으로 필수의료를 재편해 나가야 한다”고 이 정책관은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정합의에 따라 지난 1월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10여차례 협의를 진행하면서 의료계 내부 논의를 통해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사회적 과제에 답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해줄 것을 수차례에 걸쳐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사 수 증원에 대한 국민 기대와 여론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내부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증원 논의는 여전히 의료계 내부에서 금기시 된 데다 의협은 의료계 내부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 정책관은 비판했다.
이 정책관은 “의사 역할과 전문성이 대한민국 보건의료정책의 혁신에 반영되지 못한다면 국민께서는 의협이 의사의 권익보호만 최우선으로 하는 직능단체로 평가할 것”이라며 “의협이 산적한 의료현안에 대응할 해법을 국민 앞에 제시하지 못한다면 신뢰와 존경은 더 이상 의협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정책관은 “의사협회는 더 이상 논의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매서운 눈을 마주 보길 부탁드린다. 의료현안 협의체 회의에 조속한 시일 내에 의사 수 증원을 위한 구체적 원칙과 방안, 일정을 준비해줄 것을 제안드린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6월 중 의료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의료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과학적이고 근거에 기반한 의사인력 증원 논의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이 정책관은 소개했다. 이 정책관은 “의협도 이 포럼에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민이 필수 지역의료 강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광래 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의협 측을 대표해 “필수의료 관련 과에 대한 젊은 의사 생각은 (MZ세대 생각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턴, 레지던트 수련의 어려움은 물론 전문의 자격 취득 이후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최근 모든 의료사고는 형사 고발로 시작해 민사로 이어진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쾌유라는 생각만으로 시행된 의료행위 중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환자 상태가 나빠진 경우 형사처벌을 받아야만 하는 의사로서의 삶에 대한 회의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도 필요하다. 의료사고에 대한 법률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최근 언론에서 의대 정원에 대한 관심이 특별한 것 같다. 마치 의대 정원 증원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분위기”라며 “설사,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13년 후에야 전문의가 배출된다. 그럼 공백기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고 반문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재 의대생, 인턴들이 필수의료과에 지원할 토양을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며 “의협은 결코 의대 정원 논의를 회피하는 게 아니다. 기존 건강보험의 틀에서 해결하기보다는 정부, 지자체, 국회에서의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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