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조사땐 175대 중 4대 점검
“가청률 100%” 행안부에 보고도
지난 경보때 “소리 안들려” 지적
지난달 31일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당시 서울에 울린 경계경보 사이렌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서울시가 민방위 경보 사이렌 가청률(실제로 들리는 정도) 공식조사를 6년간 안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17년 마지막 조사에선 4대만 직접 점검한 뒤 서울 지역 가청률이 100%라고 정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동아일보가 국민의힘 김원태 서울시의원과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시내 사이렌 가청률을 공식 조사한 것은 2017년 8월이 마지막이었다. 사이렌 가청률 조사는 행정안전부가 각 지방자치단체로 공문을 보내 진행한다. 정해진 규정은 없지만 보통 2년마다 각 지자체가 민방위 훈련 때 사이렌 소리를 점검하는 식으로 진행돼 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중단되면서 서울시도 2017년 이후 가청률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2017년 8월 조사에서 서울시는 사이렌 175대 가운데 노원·은평·성북구 등 3곳에 새로 설치한 사이렌 4대만 점검한 후 “해당 사이렌을 통해 가청권 인구 18만3273명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171대는 사이렌 1대 소리가 최대 도달 가능한 반경(1.5km)을 지도에 그려 빈 곳이 없다는 점만 확인하고 가청률 100%로 행안부에 보고했다. 빌딩과 아파트 등 고층빌딩 때문에 소리가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행안부가 신규 및 이전 설치한 사이렌을 점검하라고 공문을 보내 그대로 진행한 것”이라며 “나머지 171대를 전부 실제로 가서 조사할 순 없었다”고 해명했다.
2021년엔 사이렌을 직접 울리지 않고 인공음성(TTS) 경보방송으로만 성능을 확인하며 가청률 조사를 대체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방위 훈련이 아닐 때 사이렌이 울리면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인공음성은 한두 군데만 선정해서 틀 수 있고 실제 상황이 아니라 시험방송이라는 점도 안내할 수 있어 민원이 적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시내에 고층 건물이 급증한 만큼 사이렌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165대였던 서울시의 사이렌은 2018년 176대로 늘어난 이후 현재까지 한 대도 늘지 않았다. 특히 여의도 면적(2.9㎢)의 8배가 넘는 강북구(23.6㎢)에 설치된 사이렌은 단 3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31일 경계경보 발령 당시 “사이렌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정확하게 실태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사이렌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이렌 점검과 동시에 스마트폰을 통한 경보방송을 강화하는 등 경보 체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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