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입원 환자를 주로 돌보는 아동병원 3곳 중 2곳이 인력난 탓에 야간과 휴일 진료를 줄일 계획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가 줄고, 기존 근무 의사마저 상대적으로 근무 여건이 나은 동네의원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정부가 소아 진료 체계를 되살릴 근본 대책을 미루는 사이 아이들이 치료받을 병원이 점점 줄어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대한아동병원협회(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전국 아동병원 60곳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의 결과를 공개했다. 아동병원은 통상 병상이 50개 안팎인 소형병원으로, 지역사회에서 주로 독감이나 폐렴 등에 걸린 소아 환자를 입원 진료한다.
실태조사 결과 향후 5개월 안에 야간이나 휴일 진료 시간을 줄일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병원은 71.4%였다. 이유는 진료 의사 감소(34.2%)와 근무 직원 이탈(32.9%), 중증 응급환자의 전원(轉院) 어려움(24.1%) 순으로 나타났다. 근무하던 의사가 올해 들어 실제로 병원을 떠났다는 응답은 58.3%로 절반이 넘었다. 병원에 남아 근무하는 의사들의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은 78시간으로 조사됐다.
소아 입원 진료는 현행 건강보험 체계상 병원 수익이 가장 적은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저출생 현상으로 소아 환자가 빠르게 줄어드는데 진료비 체계는 그대로라서 아동병원 경영이 악화했고,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대책이 주로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대형병원(상급종합병원)에 집중되면서 아동병원의 인력 유출마저 빨라졌다는 게 협회 측의 분석이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우리는 끝까지 어린 생명을 지키고 싶다. 소아 진료비 (체계를) 재정립하고 소아청소년과 인력을 확충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실 교수는 “아동병원은 기존 건강보험 체계로는 유지가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 ‘버스 준공영제’처럼 세금으로 적자를 일부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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