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를 가로질러 걷던 80대 남성이 차량 여러 대에 잇따라 치어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히 이 남성을 가장 처음 차로 친 운전자는 뺑소니 후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달 31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 올라온 사고 현장 목격 영상이 재조명됐다. 제보자 A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10시30분쯤 일산 동구 장항IC 쪽으로 가던 중 심각한 정체가 빚어졌다”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사고 지점에 신체가 훼손된 노인이 누워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당초 머리카락 색이 하얗고 키가 작은 외국 어린아이가 누워있는 줄 착각했다고. 그는 “주변에 사고 흔적이나 잔해가 없었고 누가 시체를 (자유로에) 버린 것 같다”고 했다. 댓글창에는 “누가 시신을 유기한 거 아니냐”, “마네킹 같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누리꾼 B씨는 자신이 최초 신고자라며 “당시 1차로로 주행 중이었다. 2차로 바닥에 무언가 있어서 예의주시하면서 지나가는데 60대 정도로 보이는 노인이 새우 자세로 정신을 잃고 누워계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 놀라서 소리 지르며 백미러로 보는데 아니나 다를까 2차로에서 오던 차량이…(노인을 치었다). 그 장면 목격 후 충돌한 차량을 5분 정도 쫓아가며 경적과 하이빔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빠른 속도로 쫓아가기에는 사고 날 것 같아 자유로를 빠져나와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후 B씨는 경찰에 블랙박스(운행기록장치) 영상을 제출했고, 해당 노인이 현장에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들었다. 그는 목격 당시만 해도 노인의 신체가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2차로 차량과 충돌 뒤에도 몇 번의 충돌이 더 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도로에 누워있던 노인 모습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갈무리해 공개했다.
한편 경기 고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80대 남성 C씨가 지난달 22일 오후 10시10분쯤 자유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다가 차량 여러 대에 치이고 역과 당해 숨진 사건이다. 경찰 조사 결과 치매와 당뇨를 앓아왔던 C씨가 사고 당일 오후 5시쯤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자택에서 산책을 다녀온다며 나간 후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C씨를 가장 처음 차로 친 D씨(78)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D씨는 C씨를 차로 친 후 그대로 집에 갔다가 1시간여 후에서야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D씨 이후 여러 대의 차가 C씨를 쳤다.
경찰 관계자는 “무단 횡단이었더라 하더라도 C씨를 친 차량 운전자들에게 전방주시 의무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어느 차량이 C씨를 직접적으로 숨지게 했는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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