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비방 내용 금지, 개수 등 제한
‘옥외광고물법’ 저촉 논란 이어져
행안부 재의 요구에도 이달 시행
“조례 의결 무효확인 소송 등 고심”
인천시가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정당 현수막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시행했다. 하지만 “상위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행정안전부 의견에도 조례 개정을 강행하면서 행안부와의 법적 다툼까지 예상된다.
인천시는 이달 8일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했다. 개정된 조례는 정당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만 설치하고, 현수막 개수도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4개까지만 설치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현수막에 혐오, 비방 내용이 없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시는 지난해 12월 정당 현수막의 게시 장소와 수량 등을 제한하지 않도록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된 이후 정당 현수막이 시민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난립하자 이같이 조례를 고쳤다고 설명했다. 올 2월 인천 연수구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20대 여성이 목 높이에 걸려 있던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조례는 상위 법인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된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법상 정당 현수막 설치 장소와 개수 등을 자치단체가 정하도록 위임하는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조례로 제한하는 건 적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행안부는 해당 조례가 인천시의회를 통과하자 인천시에 다시 심사해 의결할 것을 요구했지만 시는 “난립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그대로 공포했다.
인천시의회 통과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시의회에 처음 제출된 조례 개정안은 정당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겼는데, 상임위에서는 상위 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조항이 빠졌다. 그런데 이후 의원 발의로 설치 장소, 개수, 내용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고,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8명 중 25명이 찬성해 통과됐다.
불법 현수막 철거를 담당하는 일선 구·군에서는 아직까지 해당 조례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는 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천의 한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과 관련된 행안부 가이드라인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 아직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도 지난달 정당 현수막 관리 강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정당 현수막 난립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인천시의 해당 조례가 상위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조례 의결 무효확인 소송 등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 문제로 인한 시민 불편을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성은 같지만, 법적인 것은 다른 문제”라며 “상위 법 위반 소지가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주룡 인천시 대변인은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고, 법 개정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조례를 개정했다”며 “일반 국민들과 달리 정치인들이 어느 곳에나 현수막을 걸도록 한 건 헌법상 평등권 위배이자 명백한 특권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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