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통째로 빼돌려 중국에 ‘짝퉁 공장’을 지으려 한 삼성전자 상무 출신 인사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이번 기술 유출로 본 피해가 최대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 피해액 최대 수조 원 달해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본떠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 한 삼성전자 상무 출신 A 씨(65)를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국외 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또 이에 가담한 삼성전자 출신 3명과 삼성 계열사 출신 2명, 삼성전자 협력업체 출신 1명 등 총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 상무를 거쳐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A 씨는 2015년 7월 싱가포르에 반도체 제조업체 B사를 설립했다. 이후 2018년 대만 기업으로부터 약 8조 원의 투자를 약정받았고, 2020년 4월에는 합작법인 C사를 만들어 4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A 씨는 투자받은 돈을 기반으로 2015년 7월부터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 핵심 인력 최소 200여 명을 B, C사에 영입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존 연봉의 두 배 이상을 제시했고 가족 이주 시 자녀 국제학교 비용 등 높은 수준의 지원도 해 줬다”고 설명했다.
인력을 확보한 A 씨는 2018년 8월∼2019년 2월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판박이인 공장을 짓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전직 직원 등을 통해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이자 국가핵심기술인 반도체 공장 BED(반도체 제조가 이뤄지는 클린룸을 불순물이 거의 없는 상태로 관리하는 기술)와 공정 배치도(핵심 8대 공정 배치 장소와 면적 등이 기재된 도면), 공장 설계도면 등을 부정하게 입수해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출된 기술들은 삼성전자가 30년 넘게 연구개발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발한 것이라고 한다.
검찰이 추산한 삼성전자의 피해액은 최소 3000억 원에서 최대 수조 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BED 기술 개발비용 최소 124억 원 △최적의 공정배치도 도출비용 최소 1360억 원 △설계도면 작성 비용 최소 1428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검찰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공장 1.5km 거리에 ‘짝퉁 공장’ 추진
A 씨는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불과 1.5㎞ 떨어진 곳에 복제판 공장을 지으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대만 기업이 약정한 8조 원 투자가 불발되면서 공장이 실제로 건설되진 않았다. 그 대신 A 씨가 4600억 원을 투자받아 만든 반도체 제조 공장이 지난해 연구개발동을 완공해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에선 ‘터질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A 씨는 예전부터 중국 기업의 반도체 관련 컨설팅을 맡거나 중국 현지 업체 설립을 추진해 언젠가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며 “‘수율의 달인’으로 불리며 하이닉스 반도체 사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전문가이다 보니 자료만 보면 최적의 장비 배치 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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