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수해 등에 취약한 반지하 거주를 줄이기 위해 불법 개조된 반지하 주택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매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기록적 폭우로 사망자가 발생하자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며 매입을 추진해 왔지만 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진척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자 개선책을 발표한 것이다.
서울시는 12일 오전 중구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반지하 지상층 이주 지원 및 매입 추진 현황’을 발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불법 건축물이라도 복구가 가능하다면 일단 SH공사가 매입해 주민을 이주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보일러실을 개조해 다른 용도로 쓰거나 칸막이 등을 불법으로 설치한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매입 대상에서 제외했다.
또 먼저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 매입 지침을 완화해 더 많은 물량을 사들일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 지침은 SH공사가 반지하 주택이 있는 건물의 절반 이상을 살 수 있을 때만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 향후 재건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란 설명이지만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등은 소유주가 여러 명이고 소유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비현실적 규정’이란 지적을 받았다.
반지하 매입 확대… ‘건물 절반이상→개별’로 지침 완화
서울시 반지하 이주 대책 침수피해에도 반지하 탈출 더디자 이주용 매입임대도 2배로 확대 30% 그친 차수판 설치 늘리기로
지난해 8월 서울시에 내린 폭우로 관악·동작구 반지하 주민 4명이 숨지자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을 없애겠다며 △거주민 전수조사 △반지하주택 매입 후 임대주택 이주 △수해 방지시설 설치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달까지 반지하 23만 가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주거 이전을 추진했다. 그러나 서울시와 정부 정책을 통해 반지하를 벗어난 주민은 최대 2300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전체 반지하 가구의 1%가량만 반지하를 탈출한 것이다.
SH공사의 경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반지하 4450채를 매입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까지 2% 남짓인 98채만 사들였다.
서울시는 ‘건물 절반 이상’ 매입 지침이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반지하 가구만 따로 매입해 주민을 이주시키거나 반지하와 지상층을 1채씩 매입한 뒤 지상층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매입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상층 주민 다수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점 등을 정부에 설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책에는 반지하 주민이 이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대폭 늘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지하 주민 등 주거 취약계층이 입주할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 물량 비율을 전체의 15%에서 30%로 늘리자는 지침 개정안을 국토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현재 3억5000만∼4억5000만 원인 반지하 매입 단가를 올리거나 상한을 없애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반지하가 없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주택 건설 등에 시간이 많이 걸려 지연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반지하 주택 15만 채가 사라지고 이후 자연적으로 소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지하 주민 이주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물막이판(차수판) 등 침수 방지시설 설치가 올여름 수해를 막을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역시 진전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는다.
침수 방지시설 설치 대상 가운데 중증장애인 거주 204가구 중 74가구(36%), 아동·어르신 거주 437가구 중 147가구(34%), 침수 우려 1만9700가구 중 6089가구(31%)만 설치를 마쳤다. 시설을 설치하려면 집주인과 세입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수해 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집주인이 반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주민센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차수판 설치가 어려운 가구에는 이동식·휴대용 차수판을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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