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통계 시스템 구축해 심의자료 만들어야"
노동계 "소상공인 어려움은 경제구조 자체 문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13일 오후 네 번째 전원회의를 열고 업종별 차등적용에 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날 모두의 관심이 쏠린 것은 단연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다.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지난 8일 열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정하는 현행과 달리, 산업별로 다르게 정하는 방식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상으로도 도입이 가능하지만, 최저임금제가 첫 시행된 1988년에만 한시적으로 도입된 뒤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이듬해부터 현재까지 전 산업에 단일 적용되고 있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현장에서 최저임금을 주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직원을 줄이거나 폐업해야겠다고 하는 소상공인들의 말이 오가고 있다”며 “어렵고 한계에 부딪힌 어려운 지불주체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용자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자영업자 비중이 과거에 비해 점점 낮아지고는 있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연평균 소득은 2017년 2170만원에서 2021년 1952만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지불능력과 미만율 등 경영지표가 다름에도 단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여기에 업종별 차등적용에 대한 통계 구축을 할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법적 근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판단할 어떠한 심의자료도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관련 통계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 결과를 심의자료로 채택하는 절차를 확립하는 방안을 이번 회의부터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연구용역을 의뢰한 업종별 차등적용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를 초청해 직접 설명을 듣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022년 2월 경총에서 발표한 한·일·EU 업종별 임금수준 국제비교를 보면 이미 한국 사회는 업종별로 임금격차가 가장 크고, 숙박이나 음식업은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업종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위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자는 것은 빈곤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박 부위원장은 호텔신라와 신세계 계열사인 스타벅스를 예로 들었다. 두 사업장은 업종상 음식숙박업과 비알콜음료점업으로 구분된다. 경영계 주장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게 되면, 대기업 계열사임에도 다른 업종보다 낮은 임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경제구조의 문제”라며 “업종별 구분적용을 주장하는 경영계의 진짜 이유는 이러한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인한 폐해를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며 최저임금 인상을 막기 위해 활용되고 있고 최저임금제도를 무력화하기 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근로자위원인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처장도 “이미 2017년에 전문가 의견이 제출된 바가 있는데, 저임금 업종에 대한 낙인효과와 의욕상실 등을 이유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이제 최저임금 논의 시한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의는 가급적 삼가고, 본격적인 최저임금 수준에 한해 심의가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임위는 지난 2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시위를 벌이다 구속된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대리 표결 문제에 대한 논의도 이어간다. 김 사무처장은 최임위 근로자위원으로, 이날 구속적부심이 기각되면서 남은 최임위 회의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8일 열린 3차 회의에서 이날까지 대리 표결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제시하기로 하고, 늦어도 다음 주 안으로는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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