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이화영이 쌍방울 대북사업 리더라 해”

이화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 35차 공판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대북사업을 추진할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그룹의 리더로 판단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3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위반, 뇌물 등 혐의 35차 공판기일에는 쌍방울 대북사업 관련 외부 투자금 유치 업무를 맡아 진행한 컨설턴트 전문가 A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검찰은 이날 2019년 A씨가 쌍방울 측과 대북사업 관련 논의 당시 진행 상황을 정리해 둔 회의록을 공개하며 경기도가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에 관여하고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려 했다.

공개된 회의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대북사업과 관련해 “농업 지원(스마트팜), 내의 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 개방 시 사업기회 우선권을 확보한다”면서 “인도적 지원은 경기도와 공동으로 추진하며 경기부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 실현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있다는 지적에는 “단순 협력 관계가 아닌 경기도 부지사(이화영)는 그룹의 리더라고 봐도 되며 컨퍼런스콜을 요청하면 확인”이라며 경기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인도적 지원에 너무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 지적에는 “경기부지사 등 요청이 전제돼 다른 옵션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여기서 언급된 인도적 지원이란 쌍방울의 그룹이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불 대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A씨는 이와 관련 재판에서 “당시 김 전 회장 등에게 사기당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경기도가 도와준다. 나는 믿고 갈 거다’는 표현을 했다”고 증언했다.

아울러 A씨는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잘 보고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했는데 이것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잘 보고해달라는 취지가 맞냐’고 묻는 검찰 측 질문에 “윗사람이 그분 말고 다른 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또 ‘쌍방울이 500만 달러 대납을 나노스 IR 자료에 계약이행보증금 500만 달러라고 명시한 것은 투자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적은 것에 불과하다고 진술한 것이 맞냐’는 검찰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사업(북한 희토류 등 광물 채굴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냐는 질문이 나올 테니 우리가 이미 500만 달러를 지출한 것이라고 표현한 것이지 계약금은 성격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다만 A씨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쌍방울 대북사업과 관련한 경기도의 공문 등 공식적인 문서를 받은 적이 있냐는 변호인 측 물음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 관계자에게 쌍방울과 공동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적 있냐’는 질문에는 “클라이언트인 쌍방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참고해달라”고 답했다.

A씨는 그러면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이 전 부지사와 통화한 내용 등을 들었고 또 별도로 이 전 부지사와 10초간 통화하며 ‘경기도의 지원이 맞느냐’고 물어 내용을 확인하려고 한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사업은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경기도와 무관하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수원=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