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은 전 국민적 갈등 사안입니다. 국민 상당수가 겪어본 혹은 현재 겪고 있는 고충입니다. 그러다 보니 별의별 사례가 다 있습니다.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쿵쿵 울린다고, 못 살겠다고 거칠게 항의를 하고 윗집도 자기 잘못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쉽게 개선이 안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로 불편하고 답답합니다. 이사 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이럴 때는 현실적인 최선의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몽유병’이라 밤에 소음 일으키는 건 알겠는데…
서울 성동구의 A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직장입니다. 저는 ‘몽유병’ 환자입니다. 저도 모르게 밤에 집안을 돌아다닙니다. 다음 날은 그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큰 문제는 저의 고통이 저에게서 끝나는 게 아니라 본의 아니게 ‘층간소음’까지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아래층은 얼마나 괴롭겠습니까. 저도 괴롭고 고민이 더 많아졌습니다.
아래층 아주머니는 3년 8개월째 층간소음으로 시달린다며 저에게 항의하고 있습니다. 당장 발소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아랫집은 나이가 좀 있는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데 제가 기억을 못 하는 층간소음 문제를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있고, 관리소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전화가 옵니다. 저의 문제도 괴로운데 층간소음으로 항의를 받으니 더 정신적으로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집 전체를 방음 처리하기 위해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봤지만 너무 비싸서 차마 시작을 못 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아랫집이 무식하다고 탓할 수만은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의 원인이 저에게 있다는 것을 저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입시 준비를 하던 무렵부터 자다가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일이 생겼습니다.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심각한 고민을 하는 것처럼 거실이나 냉장고 앞을 서성거리다가 다시 이부자리로 돌아가 잠들곤 했다고 합니다. 그때는 가족들이 걱정할 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별다른 처치를 하지 않고 그냥 넘겼습니다.
이후 대학에 가면서 입시 압박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몽유병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졸업 후 직장에 다니면서 혼자 나와 살게 됐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심해졌습니다. 아마 그때 다시 한밤중에 걸어 다니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아래층에서 새벽에 ‘쿵! 쿵!’ 거리는 소리는 들린다는 항의 전화를 받고 혹시나 몽유병이 도졌나 싶어 덜컥 걱정이 됐습니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고 나서 저 스스로 수면 추적 앱을 깔아 밤사이 제 행동을 추적해보았습니다. 역시 새벽에 움직인 흔적이 있었습니다. 증상을 인지한 뒤 병원에 다니면서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데 쉽게 호전이 되지 않습니다. 그 사이 아래층의 항의가 점점 심해졌습니다. 이유 있는 항의라고 생각하고 거실에 카펫과 매트도 깔았지만 항의는 여전합니다. 전화뿐 아니라 입주민 단톡방에서도 아랫집이 저를 저격해 시끄럽다고 말하곤 합니다.
병원에서는 몽유병은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고 약물치료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오늘은 왠지 증상이 도질 것 같다 싶은 날에는 외박을 하기도 하고 이직까지 포기했지만 아랫집이 너무 신경 쓰여서 그런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현실적인 방안이 있으면 아랫집에도 덜 미안하고, 항의도 줄 것이고, 저의 몽유병 증상도 좋아질 겁니다.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몽유병까지는 아닌지 모르겠지만 위층의 아이가 자신도 모르게 자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밤에 돌아다니는 경우로 인해 아랫집과 심각한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한 사례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된 경험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우선 당사자가 몽유병 증상으로 인해 층간소음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히 말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층간소음 개선을 위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매트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갖고 노력하고 있음을 아랫집과 관리소에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단 몽유병 증상에 대한 것을 비밀 유지를 해 줄 것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작정 매트를 깔 것이 아니라 아랫집에 소음이 가장 심한 장소를 물어보고 가급적 그 장소에서 자고 돌아다니는 것은 피해야합니다. 층간소음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또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수면을 취하기 전에 방의 창문과 문은 반드시 잠그고, 층간소음 매트는 두께가 5cm 이상인 것으로 설치하길 권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