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후 생계비 목적으로 범죄 발 들여놓아
함께 살며 범죄 저지르기도…'신림팸' 시발점
처벌 강화 움직임과 함께 인프라 확충 지적도
#. 지난달 22일께 제주에서 차량 문을 무작위로 여는 식으로 차량에 들어가 약 700만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10대 남학생 A군 등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대부분은 가출 청소년으로, 이 중 4명은 불과 사흘 전에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당시 조사 과정에서 “잘못했다”며 반성했다고 한다.
최근 가출 청소년들이 차량 침입이나 폭행 등의 방식으로 금품을 탈취하는 범행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가출 청소년 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출 후 생활비와 유흥비를 벌기 위해 범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재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처벌 강화 목소리와 함께 쉼터 등 인프라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여성가족부가 지난달 발간한 ‘2023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4~6)·중·고등학생의 최근 1년 내 가출 경험률은 3.6%로, 전년 대비 0.4%p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가출 경험률도 ▲2020년 2.9% ▲2021년 3.2% ▲2022년 3.6%로 매년 증가 추세였다.
가출 청소년들은 생활비나 유흥비 등을 목적으로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번의 범죄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범죄소년 재범 현황’ 자료에 따르면 범죄소년 중 ‘재범’ 비율은 매년 30%대를 유지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체 범죄소년 중 재범자는 ▲2017년 32.9%(2만3989명) ▲2018년 33.6%(2만2324명) ▲2019년 32.3%(2만1433명) ▲2020년 32.9%(2만1279명) ▲2021년 30.2%(1만6350명)였다.
재범에 그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재범 소년 가운데 약 50%는 3번 이상 범죄를 저질렀고, 6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소년 비율도 같은 기간 20%를 상회했다.
특히 최근 가출 청소년들은 함께 모여 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또 다른 가출 청소년을 꼬드겨 범죄에 이용하는 등 지능화된 범죄 수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우울증 갤러리’ 내 모임인 ‘신림팸’, ‘신대방팸’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가출한 10~20대들이 집을 얻어 함께 사는 ‘가출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온라인상에서 가출한 미성년자를 꼬드겨 자신들의 근거지에 머물게 하고, 함께 마약을 하거나 협박하는 범행을 한 의혹으로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같이 가출로부터 시작된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자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하향하고, 범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한국형사소송법학장)는 “사실 우리나라 법정형은 높은 수준이지만 실제 재판부에서 선고되는 형량이 낮은 것이 문제다”라며 “선고형을 높임으로써 소년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가출 청소년들을 위한 쉼터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범죄 예방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가출한 아이들을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는 쉼터 등 인프라가 많이 확충돼야 한다”며 “처벌에 중점을 두기보다 범죄에 가담하지 않도록 여러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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