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기초교육원 생성AI 활용 강의… 지식 전달 아닌 프로젝트 기반 수업
다양한 전공생 교류로 창의성 높여… AI-인간 역할 구분해 결과 제출해야
예술 작업으로 신기술 활용력 향상… 향후 기초 공통교양 강좌에도 반영
“인공지능(AI)의 발전이 너무 빨리 이뤄지고 있어서 우리도 빨리 이를 따라와야 합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는 ‘생성 AI와 함께 뮤직비디오 만들기’ 첫 번째 수업이 열렸다. 첫 수업의 강의자로는 영화 ‘올드보이’ OST의 작곡가로 유명한 이지수 서울대 음대 교수가 나섰다.
이 교수는 이날 전통적인 방식의 영화 음악 제작 방법과 함께 음악 생성 AI 활용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를 잡은 뒤 이에 맞춰 AI를 통해 음악을 만들어도 되고, 거꾸로 AI로 여러 음악을 생성해 본 뒤 콘셉트를 잡아도 된다”며 “AI를 어느 수준까지 활용했는지 판단하고 그에 대한 기록을 반드시 해 달라”고 당부했다.
● “AI와 인간의 경계를 고민해 보자”
이번 수업은 2개 이상의 단과대 소속 학생들로 구성된 4, 5인이 팀을 꾸려 참여했다. 10팀이 선정돼 두 달 동안 AI를 활용한 작곡 수업을 듣고 이를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보는 수업이다. 다양한 단과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도록 한 이유는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과 교류하면서 창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업을 총괄하는 최우정 서울대 음대 교수는 “AI를 통해 어떤 분야의 콘텐츠를 만들든 융합적 성격을 가진 미디어로 간주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업은 교수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된다. 학생들은 지난달 30일 수업을 포함해 3번의 강의를 듣고 7월 13일까지 팀별로 뮤직비디오 작업을 진행한다. 팀별로 16만 원의 예산이 지원되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담당 교원의 멘토링을 받는다.
특이한 점은, 학생들이 AI와 인간의 결과물을 구분해서 결과물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핵심은 인간이 최대한 AI의 작업 과정에 덜 간섭하는 것”이라며 “AI와 인간의 결과물이 무엇인지 구분하는 것을 놓치지 말고 팀원들이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정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AI의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AI와 인간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문제를 고찰해 보자는 취지다.
학생들은 다양한 전공 간 협업과 AI를 활용한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강생 이연수 씨(조소과)는 전기공학과 친구와 함께 팀을 꾸렸다. 이 씨는 “AI와 음악, 미술의 결합 형태가 궁금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대 송예진 씨(음악학과)는 “포스트휴머니즘 관련 연구를 했는데, AI를 활용해 곡을 하나 만들어 내 보면 연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 1, 2학년 ‘베리타스 강좌’ 구성에도 반영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이번 강좌에 대해 ‘가장 첨단 기술을 가장 융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강좌’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그 자체를 활용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러한 신기술에 예술을 접목해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윤영 기초교육원장은 “기초교육원에서는 학생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이끌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번 강좌의 운영 성과를 참고로 유홍림 총장이 취임 공약으로 내건 ‘학부기초대학’의 필수 교양강좌인 ‘베리타스 강좌’를 구성할 예정이다.
유 총장은 취임 공약으로 학부 1, 2학년 공통 교양과정인 학부기초대학 설립을 내걸었다. 그는 취임 인터뷰에서 학부기초대학에 대해 “1, 2년 동안 전공과 교양을 구분하지 않는 융·복합 교양 교육을 함으로써 핵심 교양 수강과 전공 탐색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전공에 상관없이 핵심 공통 역량으로 컴퓨팅이나 디지털 리터러시 등 미래에 필요한 역량들을 교육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베리타스 강좌는 기존 강좌와 다르게 여러 학문과 분야를 융합하고, 토론 및 프로젝트 위주의 수업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수학과 과학을 비롯해 외국어도 기존 교양 강좌와는 다른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생을 대상으로는 ‘과학적 시각화(scientific visualization)’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과학적 시각화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표 등 시각적 수단을 통해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최 원장은 “감성과 기술, 예술과 공학이 합쳐진 교육이 학부기초대학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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