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대책에도 상습 가해율 정체
진학 등 이유 통계 미반영도 많아
가해자 교육 상담사 따라 천차만별
‘학폭 만화’ 시청 등 시간 때우기식도
지난해 학교 폭력을 저질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대상에 오른 가해 학생의 9.3%는 이전에도 학폭을 저지른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 가해자 10명 중 1명꼴로 학폭위 처분을 받고도 또 가해 행위를 한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상습 가해’ 학생은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학폭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10명 중 1명은 ‘상습 가해자’
14일 동아일보가 교육부의 전국 초중고교 학폭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심의한 학폭 사건 2만3602건 중 2200건(9.3%)은 이미 학폭 가해 전력이 있는 학생이 또 학폭을 저지른 사건이었다.
이 같은 상습 가해 건수는 2016년 2108건에서 2017년 3250건으로 늘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등교가 일시 중단되고 비대면 수업이 이뤄지면서 2020년 1151건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등교가 재개된 뒤에는 2021년 1640건에서 지난해 2200건으로 1년 사이 34.1% 늘었다. 지난해 수치는 최종 집계 전 잠정 수치다.
전체 학폭 사건에서 상습 가해 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13.8%)이었다. 이후 2021년 10.5%, 지난해 9.3%로 다소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2016년부터 7년간 동향을 보면 교육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학폭 상습 가해율은 8.7%(2018년) 미만으로 떨어진 적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가 파악한 실태는 ‘반쪽’짜리 집계에 가깝다. 초등학교에서 학폭을 저지른 가해 학생이 졸업 뒤 중학생이 돼 또 학폭을 저지른 경우, 혹은 고교생이 돼 또 저지른 경우 등 사건 당시 학교급이 바뀐 경우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 ‘학폭 만화 시청’이 가해자 특별교육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정순신 방지법’(학교폭력예방법 개정안)은 학폭 가해 기록 보존기간 확대 등 ‘가해자 엄벌’에 초점이 맞춰졌다. 개정법이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되지 않도록 하려면 엄벌 못지않게 상습 가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지역 교육청에서 학폭 업무를 담당하는 장학사는 “처벌이 강해질수록 소송만 느는 상황”이라며 “상습 가해 사건을 제대로 챙기고 가해 학생 특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학폭위 처분은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부터 ‘퇴학’까지 총 9가지다. 사안에 따라 여러 개의 처분이 동시에 내려지기도 하는데, 가해 학생에 대한 특별교육은 대부분 처분과 함께 내려진다. 문제는 이 교육이 위탁기관에서 실시되고, 개별 상담사의 역량에 따라 교육의 질적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의 한 위탁기관에서 특별교육을 받은 A 양은 2시간 동안 ‘학교 폭력 관련 만화’를 시청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시간 때우기식 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상담사가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상담도 겉핥기식으로 이뤄졌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교육부에 따르면 특별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은 전국 교육지원청 산하 214곳과 외부 위탁기관 545곳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은 학폭을 상습적으로 저지른 학생도 처음 저지른 학생과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있다”며 “정책 연구를 통해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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