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먹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식당 문을 여는 오전 8시 전부터 줄을 서 대기했다. 잠시 후 배식이 시작되자 불과 45분 만에 준비한 330명 분량이 모두 동났다. 재학생 김모 씨(25)는 “양도 충분하고 메뉴도 다양해 가능한 아침마다 챙겨먹는다”고 했다.
최근 1000원만 내면 든든한 아침식사를 제공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학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재정이 넉넉치 않은 대학들은 재원 부담이 만만치 않아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지난 달부터 천원의 아침밥에 동참한 A 대학의 경우 아침식사 정가 4000원 중 정부 지원금 1000원과 학생 부담금 1000원을 제외한 2000원을 학교가 부담한다. 이 대학 관계자는 “신입 교수 연봉이 약 4000만 원인데 지난 한 달간 아침밥 사업 운영비로만 약 2000만 원을 썼다”며 “취지는 좋지만 막상 사업을 해보니 부담이 생각보다 커 고민”이라고 했다.
천원의 아침밥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쌀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2017년 시범 도입한 사업이다. 정가에서 학생과 농식품부가 각각 1000원씩 내고 나머지는 대학 측이 부담한다. 초반에는 이용이 많지 않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대면 등교가 본격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이용 학생이 대폭 늘었다.
농식품부가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지원 대상은 대학 10곳, 학생 14만 명 규모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대학 145곳, 234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만큼 대학 측 부담도 늘었다.
일부 학교들은 재정 부담을 고려해 간편식으로 바꾸거나 인원을 줄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서울 소재 B 전문대학은 지난해 매일 100명분의 아침을 준비했다가 올 들어 70명분으로 줄였다. 방학 기간 중 사업을 중단하는 곳도 상당수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수요가 많지 않은 방학까지 운영하는 건 부담이 너무 크다”고 했다.
특히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대 상당수는 ‘다른 대학은 다 한다’는 재학생들의 요구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진행하는 상황이다. 부산에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재료비 일부라도 지원해주지 않으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학들은 정부의 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원을 바라고 있지만 지자체 중에선 재정여건이 좋은 서울시와 인천시 등만 추가 지원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측은 “올해 사업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는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 대학부터 추가 지원을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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