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일으키면 어쩌나”… IS추종자 신고한 불법체류 외국인에 비자 발급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6일 18시 03분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자격을 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16일 오전 9시 반 인도네시아 출신 불법 체류 40대 이주근로자 A 씨는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기타 비자(G1-99)를 발급받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합법적 체류가 가능한 기타 비자를 받은 직후 모국에 있는 아버지와 화상통화를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가슴 졸였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A 씨 부부가 8일 행정소송 패소판결을 받은 직후 광주지법 행정동 앞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A 씨 부부가 8일 행정소송 패소판결을 받은 직후 광주지법 행정동 앞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A 씨는 2005년부터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일했다. 그는 2018년 4월엔 광주의 한 공장에서 일했는데 동료체류자 B씨(25)가 동포들과 어울리지 않고 은둔형 삶을 살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B 씨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 활동 영상을 시청하는 등 뭔가 달랐다. B 씨는 사제폭탄, 총기 제작 관련 영상을 노트북에 저장해놓고 반복해서 보며 주변에 “언제든지 폭탄, 총을 만들 수 있다”고 자랑했다.

A 씨는 “무슬림은 평화를 사랑하는데 행여 B 씨가 테러를 일으키면 어떻게 하나.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A 씨는 수개월 동안 B 씨를 꾸준히 살펴봤고 B 씨가 갖고 있던 폭탄제조 영상, 총알 등을 확보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서 B 씨를 입건한 뒤 강제 추방시켰다. A 씨 가족들은 이후 끊임없이 IS추종세력들에 의해 각종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2019년 경찰은 A 씨가 불법체류자긴 하지만 국가안보침해사범을 검거하는 데 기여한 만큼 인도적 체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전달했다. 이에 2년 간 인도적 체류 비자가 발급됐지만 2021년 비자 연장이 거부되면서 강제 추방될 위기에 놓인 A 씨는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가 최근 1심에서 패소했다.

법무부는 IS 추종자의 테러 위험을 제보한 A 씨 가족의 체류기간 연장을 허가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는 대한민국 공공의 안전 등 국익에 대한 기여를 외국인의 체류자격 결정에 충분히 반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는 “A 씨가 받은 기타비자는 3개월 체류가 가능하고, 이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출입국외국인사무소 측이 일단 기타 비자를 발급한 뒤 체류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법무부는 20일경 A 씨 가족에게 1년 체류가 가능한 비자를 발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미선 광주이주여성지원센터 소장은 “A 씨의 사연이 모국에서도 방송돼 찬반 댓글이 엄청나게 게재됐다”며 “A 씨 가족의 안전을 위해 특별공로자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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