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퀴어(성소수자) 퍼레이드 허용 여부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1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17일) 오전 9시25분경 제15회 대구 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은 행사를 위해 대구 중구 반월당네거리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무대 설치 차량 진입을 시도했다. 그런데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시청 공무원 500여 명이 몸으로 막아섰다. 대구시 측은 “퍼레이드를 하려면 집회신고 뿐 아니라 별도의 도로점용 신고도 필요하다”며 “허가없이 도로를 점거할 경우 행정대집행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구경찰청은 “지난 10여년 동안 도로 점용 퍼레이드가 허용됐는데 올해만 막을 순 없다”며 축제 차량의 행사장 진입을 허용했다. 또 투입한 경찰 1500여 명을 동원해 공무원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몸싸움은 40여 분 동안 이어졌는데 경찰이 방패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일부 공무원이 부상을 호소하며 길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행사 주최 측은 경찰과 시 공무원들이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대구 경찰 이겨라, 대구 경찰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 시장은 오전 10시 20분경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불법 도로점거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공무원들을 밀치고 버스 통행권을 제한했다. 대구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후 공무원들을 철수시켰다. 홍 시장은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완전한 지방자치 경찰 시대라면 즉각 파면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대구경찰청 공무원직장협의회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판례를 볼 때 퀴어축제가 불법도로 점거라는 건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검찰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홍 시장이 왜 이러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 공무원들이 철수한 후 축제는 10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이날 오후 늦은 시간까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한편 다음달 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에선 대구와 같은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 관계자는 “주최측이 집회신고를 했다. 잠시 행사 차량을 세우고 부스를 설치한다고 행정대집행까지 하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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