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고석범 씨, 어제 대기록 수립
20년간 매주 2회씩 정상 밟아
백두산 높이만큼 794회 더 오를 것
18일 오전 9시경 고석범 씨(67)가 한라산 백록담 정상에 도착하자 등산·마라톤 선후배와 지인들이 일제히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이날 고 씨는 백록담 정상 등산 1950회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2002년 12월 1일부터 정상 등산을 시작한 지 20년 6개월여 만에 달성한 것이다. 수치로 계산한다면 20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매주 2회 정도 한라산 정상을 다녀온 셈이다. 1950회는 한라산 정상 높이인 1950m에 맞춰 설정된 목표다.
이날 백록담 정상에서 고 씨는 ‘20년 동안 한라산 정상 등반, 고석범 1950번 오르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펼쳐 보였다. 함께 산에 오른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 제주지맹 동료들이 환호하며 꽃다발을 건넸다. 고 씨가 속한 봉사단체인 한라산지킴이 회원 10여 명도 이날 정상에서 고 씨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해줬다.
고 씨는 “이렇게 오래 한라산을 오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주변의 응원과 격려가 도움이 됐다”며 “전문 등산가나 마라토너가 아닌 평범한 사람도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던 고 씨는 2002년 7월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증세로 ‘재검’ 통보를 받았다. 잦은 음주와 업무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의사의 권유에 따라 간단한 걷기운동을 하다 그해 겨울 자신의 직장인 한전 제주지사 산악회원들을 따라 처음 산에 올랐다. 당시 산행에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 근육이 저릴 정도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난 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면서 날짜, 소요시간, 특기 사항 등을 적었다.
고 씨는 “건강을 회복하고 몸을 단련하는 데 등산이 최고라고 확신했다”며 “시시각각 바뀌는 꽃향기와 풀내음, 새소리, 벌레소리를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고 갈 때마다 한라산은 다른 얼굴을 보여줘 좋았다”고 말했다.
고 씨는 주먹구구식 등산에서 벗어나고자 2005년 한라산등산학교를 수료했고, ‘1년에 100회 등산’ 계획을 세워 달성하기도 했다. 수년이 흐르자 한라산 정상 높이에 맞춘 ‘1950회 목표’를 정했다. 하루에 두 차례 백록담 정상을 다녀오기도 했다. 2016년에는 165회나 오르기로 했다. 이는 2.2일에 한 번꼴로 백록담을 다녀온 셈이다.
체력이 받쳐 주자 마라톤으로 눈을 돌렸다. 새로운 환경과 거리, 종목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자 봇물이 터진 것처럼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42.195km)를 253회 완주했다. 울트라마라톤(100km 이상)은 55회, 철인3종은 41회나 완주했다.
고 씨는 “산행하기 전에 기상이나 비상용품 등을 꼼꼼하게 챙겨야 하며 자만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마라톤을 하지 않는 시간에 근력운동과 스트레칭을 하면서 체력을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키가 161cm인 고 씨는 어릴 때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과 식지 않는 열정으로 한라산의 ‘작은 거인’이 됐다. 그는 백두산 높이(해발 2744m)와 같은 한라산 정상 등산 2744회 기록을 목표로 앞으로 794회를 더 오를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