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코앞인데… “빗물받이, 열심히 치워도 또 쓰레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9일 03시 00분


서울시, 빗물받이 전담 관리제 운영
폭우 시 하수 통로… 막히면 역류
“쓰레기통 대용으로 생각 말아야”
市, ‘옐로박스’ 디자인 시범 설치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서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들이 내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서울시는 시내 빗물받이 
55만8000여 개를 청소하기 위해 올해 2만3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15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에서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들이 내부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서울시는 시내 빗물받이 55만8000여 개를 청소하기 위해 올해 2만3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열심히 치워도 며칠 뒤면 또 쓰레기가 쌓여 있어요.”

1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인근 거리. 연두색 유니폼을 입은 김흥태 씨(59)가 지렛대를 이용해 무게 28kg에 달하는 빗물받이 뚜껑을 들어올렸다. 안쪽에는 담배꽁초와 낙엽, 먹다 버린 생수병 등이 가득했다.

동작구에 사는 김 씨는 지난달부터 서울시의 공공일자리 중 하나인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5인 1조로 평일 6시간씩 빗물받이 내부에 쌓인 쓰레기와 흙더미를 치우는 역할이다.

● 배수 통로 ‘빗물받이’, 관리 안 되면 ‘역류’
빗물받이는 폭우 시 빗물이 하수구로 빠질 수 있도록 연결된 통로다. 그런데 이물질이 많이 쌓이면 배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빗물이 역류할 수도 있다. 붉은색 쓰레받기로 빗물받이 내부 쓰레기를 치우던 김 씨는 “시민들이 빗물받이를 쓰레기통 대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열심히 청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만 빗물받이 55만8000여 개가 있다. 시는 대로변 등에 설치된 빗물받이의 경우 기계를 활용해 내부 이물질을 흡입하도록 한다. 하지만 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은 사람들이 직접 청소할 수밖에 없다. 시는 지난해 같은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해 올해 빗물받이 전담 관리자 120명을 포함해 지역 통반장, 자율방재단, 환경미화원 등 2만3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워낙 빗물받이 수가 많은 데다 통행량이 많은 곳은 청소 직후 금세 쓰레기가 쌓여 상시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기자가 돌아본 사당역 일대에서도 쓰레기나 흙이 들어찬 빗물받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음식점이 많은 골목에선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자연스럽게 빗물받이 안에 버리는 모습이 비일비재했다. 빗물받이 관리자 우종섭 씨(76)는 “심한 경우 빗물받이 하나에서 5, 6포대 분량의 흙과 쓰레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 음식점에선 빗물받이 위에 고무 장판이나 기름통을 올려놓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가게 앞에서 악취가 난다며 빗물받이 위에 장판 등을 올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빗물이 제대로 내려갈 수 없다”고 했다.

● 서울시 “새 디자인 시범 도입”
시는 올 상반기 중 서울시내 빗물받이를 최소 한 번 이상 청소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달 9일 기준으로 69만2000여 곳(중복 포함)을 청소했다. 장마철이 목전에 닥친 만큼 앞으로는 상가 밀집 지역과 유흥가를 중심으로 빗물받이를 점검할 계획이다.

빗물받이에 쓰레기를 버리는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시는 강남·서초·관악구 상가 밀집지역 빗물받이 300곳에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 표시를 한 ‘옐로박스’를 시범 설치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노란색으로 빗물받이 중간에 빗금 표시를 해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심어 주려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집중 호우 기간(7∼9월)에는 시민들에게 “빗물받이에 쓰레기 투기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는 메시지도 발송할 예정이다.

#빗물받이 전담 관리제 운영#폭우 시 하수 통로#옐로박스 디자인 시범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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