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교과외 출제배제’ 尹지시 반영할듯… 입시 현장선 “9월 모의평가부터 쉬워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9일 03시 00분


[수능 난이도 논란]
올해 수능 난도하락 예측 나와
시험 쉬워져도 상대평가 여전
사교육비 줄어들지는 미지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비해 치러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모의평가가 9월 6일에 시행된다. 9월 모의평가에서 최근 수능의 출제 범위나 난이도 등을 언급하며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실제 수능에 반영될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당정협의서도 수능 전반 및 대입제도 방향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평가원은 9월 모의평가부터 윤 대통령의 “교과 외 내용 출제를 배제하라”는 주문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교육부가 6월 모의평가를 어렵게 출제한 평가원에 대한 감사를 예고한 상태다.11월 수능을 앞두고 치러지는 평가원의 9월 모의평가는 수능 난이도를 점검하는 마지막 모의평가다. 여기서 ‘쉬운 수능’ 기조가 정해지면 올 수능 난도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1994년 수능이 도입된 이후 30년간 이어져오면서 지문의 난도는 높아지는 추세였다. 2018년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되면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영역의 문항이 까다로워진 경향도 있다. 김용진 동국대 사범대 부속 영석고 교사는 “대통령 발언이 강력히 전달되면서 9월 모의평가는 ‘킬러 문항’이었던 비문학 지문도 쉽게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험이 쉬워도 결국 줄 세우기를 통해 입시 여부가 판가름 나는 구조에서 수능의 난도 하락이 대통령의 발언 취지대로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수능 과목 중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을 제외한 국어, 수학 등 과목은 모두 상대평가로 치러진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시험의 난이도와 관계없이 남보다 정답률이 높아야 하는 건 똑같다”며 “오히려 문제를 쉽게 내거나 출제 범위를 한정하게 되면 학생들이 종합적 사고를 위해 학습하는 게 아니라 기계적으로 교과 내용을 익히는 부작용도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가운데 현 입시제도에서 차지하는 수능의 역할은 결국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학점제 도입과 디지털 교육이 확대되면 수능도 지금보다는 비중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각자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게 되는 제도로, 현재 중2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논술·서술형 시험 도입을 포함해 이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대입 개편 방안을 내년 2월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가 수능의 난이도나 출제 범위 등 각론을 건드릴 게 아니라, 수능을 자격시험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교사도 적지 않다. 자격고사는 일정 성적을 받으면 대입 자격을 인정해주는 시험이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영국 에이레벨(A-level) 등이 대표적인 예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넓혀주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하려면 결국 수능 비중을 낮추고 내신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가원은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 응시원서를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접수한다고 18일 밝혔다. 9월 모의평가는 재학 중인 학교나 출신 고등학교 및 학원, 검정고시생의 경우 주소지 관할 84개 시험지구 교육청에서 신청하면 된다.

#수능 난이도#교과외 출제배제#9월 모의평가부터 쉬워질 것#상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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