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톡톡]서대문구 취임 1년 앞둔 이성헌 구청장
연세로 차량 통행 정상화, 북아현 과선교 착공 주목
현안사업 설명회, 주민간담회 활발히 추진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등산을 하십니까?”와 같은 질문을 받더라도 당황하지 않는다. 준비된 답변이 있기 때문이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등반하는 것에 도전한 조지 맬러리가 남긴 말이다. 거창한 문구를 들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존재 그 자체가 목적의 이유가 된다.
산을 사랑하는 필자는 반려견과 함께 안산을 산책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매일 1만5000보 이상을 걷다 보면 튼튼한 등산화의 밑창이 1년에 세 번이나 닳는다. 시간이 지나고 등산화를 바꾸어도 산은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산뿐만이 아니다.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지역 주민의 소망 또한 변하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 주민의 소망과 부름에 응답하기 위해 구정 현안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등산화를 신고 현장에 나선다.
지난해 취임 후 첫 일정을 환경미화원과 함께 인왕시장길을 청소하고, 시장 상인들이 체감하는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것으로 시작한 바 있다. 새벽길 청소를 하며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는 일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한 달에 한 번 관내 지역 대청소를 하는 ‘클린데이’ 행사에 매월 동참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상을 살아가느라 바쁜 구민을 위해 의견을 직접 듣는 자리를 구청 차원에서 마련한다. 구정 전반에 대해 주민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을 즉석에서 질문 받고 구청장이 직접 답하는 구정 현안사업 설명회도 취임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서북권 랜드마크 조성을 위한 ‘주민과 소통의 장’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지역 개발 현장에서의 주민 간담회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사무실에 앉아 업무 보고를 받으면 정작 핵심인 현장의 의견을 놓치게 된다. 신기루를 산으로 착각하는 셈이다. 정책 환경에 민감하고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현장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는 기존의 방식대로 구정 업무를 추진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구청장이 직접 사업 현장을 다니는 것은 전시 행정이 아닌 사업의 필수 과정인 것이다.
민선 8기 서대문구가 시작된 지도 곧 1년이 된다. 지난 1년 간 구는 서북권 중심지로 변모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고, 성과도 있었다. 침체된 신촌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연세로(신촌오거리∼연세대 앞까지 500m 구간) 일반차량 통행 정상화를 추진했다. 이 지역 차량 통행 정상화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신촌 되살리기를 위한 방법 중 하나인데, 그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북아현 주민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과선교 착공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경의선 구간 지하화를 통한 신(新) 대학로 조성이나 서북권 랜드마크 조성과 같이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은 남아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앞으로 남은 3년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현장을 다니느라 등산화 밑창이 더 자주 닳게 될지도 모르겠다. 구정 운영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늘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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