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16일 부산역은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던 1∼2년 전과는 딴 세상으로 보였다. 역사에서 점포를 운영했던 A 씨는 “지난 3년간 코로나만 끝나길 기다렸는데 너무 허무하다”고 말했다. A 씨는 5년간 이곳에서 점포를 임차해 운영하다가 최근 재입찰에서 탈락했다.
사정은 이랬다.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11월 부산역의 한 점포에 대한 입찰을 진행했고 A 씨 업체 등 3곳이 참가했다. 평가는 사업제안서를 검증하는 ‘비계량 평가’와 추정 매출액, 코레일유통에 낼 수수료율 등을 점수화하는 ‘계량 평가’로 구성됐다. A 씨는 비계량 평가에서 1위를 했지만 신규 업체가 계량 평가에서 만점을 받아 승패가 갈렸다. 비계량 평가는 배점이 20점, 계량 평가는 80점으로 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19일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추정 매출액과 수수료율은 입찰 업체가 자의적으로 정한다. 금액의 상하한선을 둘 뿐 업체가 적어낸 금액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A 씨는 실현 가능한 매출액을 써 냈다고 했다. 그는 “원래 추정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의 차이가 크면 일정 한도 내에서 금전적인 페널티가 있었고 코로나라는 변수도 있어 무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규 입점 업체는 훨씬 큰 예상 매출액과 수수료율을 써냈다. 결국 신규 입점 업체가 입찰되고, A 씨는 실패했다.
코레일유통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매출액에 대한 금전적 페널티를 문제 삼아 2018년 이 부분을 폐지했다”며 “그 대신 매년 계약을 갱신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 점을 고지받지 못해 몰랐다고 한다.
규정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와 ‘받는다’는 엄밀히 다르다. 코레일유통도 “약속 미이행 시 계약 해지 등 강제 조치를 주느냐”는 질문에 “강제적인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래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 것이다. 내부 정보 유출 등 이번 입찰에 특혜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구조적인 의문점에 대해선 조사가 요구된다.
부산역 매장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 상대적으로 비싼 임대료와 수수료를 감내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곳인 만큼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나 임대료 상승 등의 우려도 적다. 지금보다 입찰 과정에 투명성과 객관성이 담보돼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만 지나가면 정상 영업을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가 입찰에서 탈락한 상인들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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