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이 피해자보호명령의 기초가 된 폭행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더라도, 이와 상관없이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사실혼 관계인 A씨가 가정폭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하며 2018년 2월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했다. 법원은 같은 해 11월 A씨에게 ‘2019년 5월25일까지 B씨와 의붓자녀에게 접근하지 말고 휴대폰 등을 이용해 연락하지 말라’는 내용의 피해자보호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A씨는 이를 어기고 2019년 1월22일 하루에만 6회 B씨 등에게 휴대폰으로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내 보호명령을 어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2019년 5월 A씨는 B씨 등을 폭행한 혐의에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2019년 8월 확정됐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보호명령을 어긴 점을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보호명령의 전제가 된 가정폭력 사건에서 무죄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게 할 수 있다”며 “A씨는 폭행 혐의에서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가정폭력행위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호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의 내용과 취지에 비춰 보면 ‘피해자보호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가정폭력행위자’란 피해자의 청구에 따라 가정폭력행위자로 인정돼 보호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고 밝혔다.
이어 “B씨가 가정폭력을 주장하면서 관련 증거를 첨부해 보호명령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피고인이 보호명령을 받고도 이행하지 않았다면 가정폭력처벌법 63조1항2호의 보호처분 등 불이행죄가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심 판단에는 보호처분 등 불이행죄의 성립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