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급발진 때문에 사망 교통사고를 냈다고 주장한 50대 운전자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5단독 김정헌 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56)에게 이달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12월 29일 오후 3시 23분경 서울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운전을 하다 경비원 B 씨(60)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 씨는 차량이 잔디광장으로 들어가는 것을 제지하다 사고를 당했다.
사고 직후 A 씨는 급발진 사고이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에서도 “차량 엔진 소리가 커지며 급발진했고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았다. 차가 정지한 후에도 시동이 꺼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반면 검찰은 A 씨가 가속 및 제동장치를 정확하게 조작하지 못해 일어난 사고라며 기소했다.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A 씨 차량은 대학 지하 주차장을 나와 시속 10km로 우회전하다 갑자기 13초 동안 가속하면서 시속 68km로 피해자를 치었다. 또 보호난간과 부딪치고 나서야 멈췄다.
재판부는 A 씨가 가속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했다고 보기에는 13초라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이 화분 등을 들이받고서도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피해자를 피하기 위해 방향을 틀고 달리는 중 여러 차례 브레이크등이 켜진 점을 볼 때 차량 결함을 의심하기 충분하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차량 결함 및 급발진 가능성을 법원이 인정한 사례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2001년에 1심에서 차량 제조사 책임이 인정돼 기아차가 1180여 만 원을 배상하란 판결이 나왔지만 2, 3심에선 판결이 뒤집혔다. 2018년 5월 고속도로에서 부부가 사망한 이른바 ‘BMW 급발진 사고’에선 2020년 2심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차량 결함을 인정했지만 제조사 측의 항소로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소송이 계속 늘고 있어 이번 판결이 유사한 소송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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