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치과 운영하는 이규원 원장
매년 6월 기부해 총 1억여 원 지원
소년병 활동 기록-보존도 적극적
치과 건물에 ‘학생 참전관’ 설치
인천의 한 치과의사가 매년 6월이면 6·25전쟁에 참전한 에티오피아 용사들을 돕기 위해 성금을 보내고 있다.
20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중구 용동에서 ‘이규원 치과’를 운영하는 이규원 원장(61)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을 위한 성금으로 최근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원장은 2010년부터 해마다 성금을 보내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1억3000만 원을 지원했다. 이 원장이 낸 성금은 국제구호개발단체인 ‘월드투게더’를 통해 에티오피아 참전용사들에게 지원된다.
이 원장이 참전용사를 돕는 것은 6·25전쟁 당시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지상군을 보낸 ‘형제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황실 직속 병력을 포함해 3500여 명에 이르는 에티오피아 용사들은 3년에 걸친 파병기간에 250여 차례나 되는 크고 작은 전투에 참가했다고 한다. 122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당했지만 이들은 포화가 터지는 전장 한복판에서도 숨진 전우들의 시신을 모두 수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원장은 어린 나이에 학업을 중단하고 6·25전쟁에 뛰어든 소년병의 활동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 ‘인천 소년병 6·25 참전기’를 사비로 펴냈다. 2권으로 나눠 발간된 책에는 인천 출신 소년병 3000여 명 가운데 50여 명의 인적 사항과 참전 기록, 사진 등이 들어 있다. 인천상업중학교 3학년에 다니다가 소년병에 지원한 그의 부친(89)이 1996년부터 전우들을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25년 동안 녹음하고 기록한 인터뷰 내용과 기증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치과 건물 1, 2층에 ‘인천학생 6·25 참전관’이라는 전시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 ‘한국소년병학회’를 만들어 지난해부터 소년병들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는 학술회의를 매년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어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또 그는 인천의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치과를 함께 운영하는 딸 근아 씨(32)와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원장이 2014년 인천의 41번째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딸도 2018년 127번째 회원이 됐다. 중증 장애인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정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는 극빈층 환자에게는 진료비를 받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낯선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걸고 참전한 에티오피아 용사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기 위해 매년 성금을 보내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싸웠던 모든 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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