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사고 냈는데 항소심서 ‘집유→벌금형’ 감형…이유는?

신호 무시하고 교차로 진입했다 사고
'면허 취소' 수준…오토바이 들이받아
法 "원만히 합의…상해 중하지 않아"

만취한 채 차를 몰다가 적색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에 진입해 배달원이 탑승하고 있는 오토바이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남성에게 항소심 법원이 상해가 크지 않다며 감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2-2부(부장판사 정문성)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받는 남성 A(54)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1심 선고를 파기하고 벌금 1000만원을 지난달 25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6월15일 오후 10시45분께 서울 용산구 소재 한 도로에서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07%의 상태로 운전하다 40대 배달원 B씨가 탑승하고 있던 오토바이를 들이받아 B씨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판결문을 보면 당시 A씨는 적색 신호임에도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교차로에서 진행하던 B씨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1심 법원은 A씨의 과실로 인해 B씨가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등 상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B씨는 약 2주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바 있다.

1심 법원은 “B씨가 이 사고 이전에 목과 허리 부분의 통증으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었다”며 “형법상 상해로 인정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음이 증명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고 당시 A씨 차량이 시속 5㎞에 불과해 상해를 입힐 수 없었다는 A씨 측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혈중알코올농도 0.10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이 곤란함에도 사고를 일으켜 상해를 입혀 죄질이 불량하다”면서도 “충격의 정도가 강하지 않아 상해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와 B씨가 원만히 합의했다”며 “A씨가 벌금형 외 다른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