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엔데믹화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로 항공기 운항이 크게 늘면서 기체결함 발생이 코로나19 이전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정비 등 운항 관련 인력이 줄어들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토교통부에 접수된 항공사 기체결함 건수는 총 78건이다.
기체결함은 항공안전법상 의무보고 대상인 항공기 사고, 항공기 준사고, 의무보고 대상 항공안전장애를 통틀어 말한다.
사고는 사람의 사망·중상, 항공기의 파손 또는 구조적 손상 등을 뜻하고 준사고는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끼쳐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을 의미한다. 안전장애는 이보다 낮은 단계로 안전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보유대수가 많은 항공사일수록 결함도 많았다. 가장 많은 항공편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23건이고, 아시아나항공이 17건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제주항공(13건), 진에어(11건), 티웨이(7건), 에어부산(6건), 에어서울(2건)이 뒤를 이었다.
5월 누적 78건의 기체결함 건수는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같은 기간 45건보다 73% 급증한 수치다. 2019년 전체 115건의 68%에 해당해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기체결함 건수는 2019년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당시 에어부산이 기체결함 건수가 37건으로 올해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항공사의 지난 다섯 달 기체결함 건수가 사실상 1년치와 맞먹는 것이다.
이 같은 기체결함 증가 현상을 놓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 기간에 정상적으로 운용되지 못한 항공기와 관련 인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해석이 나온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수하물로 인해 세계 각국 공항에서 위탁수하물 분실 사태가 잇따랐단 상황과도 같은 맥락이다.
국토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적항공사를 이용한 여객수는 국내선과 국제선을 합해 3045만명으로 2019년 3932만명의 77%까지 회복됐다. 지난해 1677만명(1~5월) 대비 81% 늘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KE902편이 이륙 준비과정에서 화물칸 출입문에 손상이 생기며 16시간의 지연이 발생한 바 있다. 도쿄에서 이륙 준비 중이던 아시아나항공 OZ1035편도 착륙장치 오류 결함이 발견돼 3시간30분 지연됐다.
지난 아시아나항공 비상구 강제 개방 사건과 이를 모방한 제주항공 출입문 개방 시도 등 운항 중인 비행기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김연명 한서대 항공부총장은 “그간 운항을 안 하다 항공편이 급격히 늘며 부하가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며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듯이 작은 결함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다른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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