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다 신호를 위반해 오토바이와 충돌한 구급차 운전자에게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혐의로 기소된 구급차 운전자 A 씨(34)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2월 서울 동작구의 한 교차로에서 환자를 이송하다가 신호를 위반해 오토바이를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이 사고로 대퇴골 골절 등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었다.
당시 A 씨는 경광등과 사이렌을 켠 채 신호를 위반해 시속 20㎞ 속도로 1차로에서부터 좌회전하다가 반대편 6차로에서 직진하던 오토바이 운전자를 구급차 우측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A 씨는 환자를 이송하는 긴급한 용도로 구급차를 운전하고 있어 ‘긴급 자동차는 정지해야 하는 경우에도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는 정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도로교통법 29조 2항에 해당한다며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특례 규정이 긴급 자동차 운전자의 모든 의무를 면제하는 게 아니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법에 정해진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에 대한 판단을 엄격히 해야 한다며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강 부장판사는 “‘긴급한 용도’라고 할 수 있는 경우는 응급의료와 관련된 경우 또는 사망자 등의 이송이라고 봐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신호를 준수하더라도 지체되는 시간은 최대 수분 정도에 불과했다”며 “당시 피고인의 상황이 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신호를 위반할 만큼 긴급하고 부득이한 경우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의료기관이 아닌 보호자의 요청으로 환자를 병원에서 요양원으로 옮기던 중이었던 만큼 ‘응급’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긴급 자동차’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A 씨가 신호를 위반할 때 면밀히 주의해 혹시라도 차량이나 사람이 지나간다면 당연히 멈춰야 한다는 교통안전 주의의무(도로교통법 29조 3항)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봤다.
A 씨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해 오히려 구급차를 먼저 들이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오토바이가 멈추는 것을 확인하는 등의 대처할 시간이 A 씨에게 충분했다고 판단했다.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직진 차로를 주의 깊게 살펴봤더라면 피해자 오토바이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무거운 점 등을 고려해 A 씨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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