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가 주차장 한가운데 차를 덩그러니 놓고 떠나 결국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차주에게 항소심 법원이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구창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 씨(50)에게 원심 벌금 500만 원을 파기하고 선고유예 판결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로 형을 선고하나 실제로 집행하지 않고 정해진 계도기간을 거쳐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A 씨는 지난해 8월 22일 밤 10시 30분경 충남 공주시 한 공영주차장에서 약 5m를 음주 상태로 운전한 혐의를 받는다. A 씨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6%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당시 대리기사 B 씨를 통해 귀가하던 A 씨는 차량 파손이 발생해 B 씨와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B 씨가 말다툼 끝에 차량을 공영주차장 한복판에 놓고 떠나자 A 씨는 차량 통행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차하다가 이를 지켜보던 B 씨에게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200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처벌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형사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 씨가 차량 이동을 방해하지 않을 목적으로 이동 주차하는 등 범행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고 선처하기로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대리기사를 호출해 귀가 중 차량 파손으로 다툼이 있었고 대리기사가 주차장 한복판에 차를 놓고 떠나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음주운전 경위 및 운전 거리 등에 참작할 부분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사안을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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